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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HR코리아 김경은 상무 "좋은 컨설턴트는 좋은 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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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한경 잡앤스토리 기자) "잘 나가는 기업들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써치 펌 컨설턴트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써치펌 경력 15년의 김경은 DHR코리아 상무는 자신도 써치펌과 전혀 관계없는 독어교육학과 전공자라면서 "써치펌 컨설턴트는대학 전공보다 기업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주로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임원급 써치만 해온 김 상무는 “써치펌 컨설턴트는 임원급 써치를 요청한 고객사를 대신해 필터링을 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 동향, 업종에 대한 분석, 기업의 매출•영업이익, 신사업, 종업원 숫자, 기업문화 등을 꿰뚫고 있어야 임원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현재 국내에서 몇 안되는 임원급 전문 써치펌 컨설턴트다.

◆"밥 함께 먹고싶은 사람이 시장에서도 인기"

한국외대 독어교육과 93학번인 김 상무는 졸업 후 첫 직장은 써치펌과 전혀 상관없는 NGO였다. 거기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를 돕는 일을 도맡아 했다.

“미국 정부에 후원 요청을 하는 게 주된 업무였어요. 매달 공문서를 꼼꼼히 작성해서 메일 보내고 수정하다 보니 거의 ‘영문 보고서 작성의 달인’이 될 정도였죠." 이때 배우고 익혔던 영문보고서 작성은 훗날 써치펌 회사에서 임원 인터뷰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탈북자 단체를 돕는 일을 하던 김 상무에게 2001년 우연히 국내 2, 3위의 헤드헌팅사였던 ‘서울써치’에서 일 할 기회가 주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한국에 사무소를 내던 시기와 맞물려 김 상무는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지사장을 써치하는 일을 맡게 됐다.

“일감이 쏟아지면서 몸은 피곤해도 일을 많이 배웠어요” 이후 임원급 써치펌 컨설턴트로 전문성을 쌓았고 지난해 글로벌 5위 써치펌인 DHR의 한국사무소 개소로 자리를 옮겼다. 써치펌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성사시킨 건은 외국계 에너지 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라고 밝혔다. “2000년 초반 당시 CEO의 연봉만 5억이었고 이적료가 3억에 달할 정도였죠.”

“좋은 나무를 고르다 보면 척 보면 알 것 같다”고 하자 김 상무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하고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승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몇해 전 한 외국계 기업 CEO를 인터뷰 하면서 그의 열정에 놀란 사례를 들려줬다.

"글로벌 기업 CEO가 자기 회사 제품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짧은 시간에 셀링 하는지 저도 모르게 그 제품을 사고 싶더라구요." 김 상무는 “글로벌 기업의 리더들은 쌍방향 커뮤니케이터"라고 했다.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적절히 자신의 말을 끊는 능력이 있어요. 자신의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이야기할 여유를 주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 시간을 이야기 해도 몇 시간을 이야기한 듯한 충만함이 생겨요.”

그는 임원급 후보자들은 실력에서는 이미 검증이 되었기에 인성을 중점적으로 보게 된다고 했다. “착한 사람이라는 것은 이 시장에서는 큰 장점이에요. 함께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이 결국 선택되더라구요."

◆써치펌 컨설턴트의 7가지 역량은…

써치펌 컨설턴트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묻자 일곱 가지를 나열했다. 김 상무는 “무엇보다 산업과 기업의 동향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사람에 대한 은밀한 인적 정보를 다루는 일이기에 인터뷰 중 알게된 고객사 기밀 등 고급 정보를 다루는 감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최고경영자 선임은 그 회사와 임직원 그리고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기에 중요하다”며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써치펌 컨설턴트는 고객사가 최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후보자 인터뷰 때 그의 말에 대한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촉과 더불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판단력도 중요하죠. 따라서 이력서와 후보자의 말을 의심할 필요가 있어요.”

김 상무는 글로벌 기업의 써치펌 컨설턴트에게는 글로벌 감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어 뿐 아니라 한국과 비즈니스 하는 국가의 정치상황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선거에서의 승리가 한국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그 나라의 채용 트렌드를 수다떨 듯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김 상무는 위에서 언급한 기본 자질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은 부정적인 사건 사고로 가득해요. 그런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긍정성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감동적이죠. 우리의 일은 미래의 비전을 파는 일입니다.”

써치펌 업계는 외국계 써치펌과 토종 써치펌으로 나뉘어 있다. 외국계는 임원급만 다루는 써치펌이 6~7곳, 차·부장급 경력자를 다루는 곳이 3~4곳이고, 국내 써치펌은 500개 안팎이다. 계약건수 한 건당 써치펌 회사가 받는 수임료는 후보자 연봉의 20~30% 수준이다.

첫 직장에서 80만원 월급을 받아 88만원 세대였던 김 상무에게 15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로 연봉이 올랐냐고 묻자 대답을 회피하더니 “10년쯤 했을 때 10배가 넘었고 현재는 좀 더 올랐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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