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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존자 박광온 뒤에는 김진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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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정치부 기자) '박광온이 김진표입니다.'

김진표 전 의원의 카카오톡의 상태 메시지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직을 맡은 이들을 제외하고 후보를 이렇게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도운 이는 김 전 의원을 따를 자가 없을 것입니다.

수원정(영통)에 출마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당선자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야권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MBC 앵커로서의 활약과 당 대변인으로의 이력,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효도하겠다’고 나선 그의 딸(‘랜선효녀’)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그의 당선에 김 전 의원이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김 전 의원은 수원정(영통)에서 17‧18‧19대 동안 내리 3선을 했습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49.56%를 얻어 50.43%를 얻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0.87% 포인트(4만3157표) 차이로 아깝게 패했습니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에서 공부 중인 딸의 졸업식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지난달 9일 7‧30 재‧보선을 돕기 위해 귀국했습니다.

박 당선자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새정치연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박 당선자의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도왔습니다. 선거 내내 “박광온이 곧 김진표”라며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고, 박 당선자도 선거 기간 내내 “저 박광온이 김진표의 못다한 꿈을 이루겠다”며 이른바 ‘김진표 아바타 전략’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지원 유세 당시에 김 전 의원의 수행비서들 사이에선 “본인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뛴다”, “경기지사 선거 때보다 더 힘들다”는 ‘신세한탄’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 신인’인 박 당선자를 위해 김 전 의원이 데리고 있던 보좌관, 비서관, 캠프 인력 등이 모두 박 당선자의 캠프를 꾸리는 데 동원됐기 때문입니다.

영통에서 선거를 4번이나 치른 김 의원의 최측근 관계자가 박 당선자의 부인과 함께 영통지역 노인정을 모두 돌며 노인 ‘표심’을 쓸었다는 후문입니다. 선거를 4번이나 치른 관록과 인맥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그 결과 박 당선자는 52.7%의 지지율로 여권 ‘거물정치인’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박 당선자의 당선이 확정됐을 땐 박 당선자를 부둥켜안고 자신의 당선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김 전 의원의 ‘의리 행보’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로 출마했을 당시 김 전 의원은 국민참여당 후보였던 유시민 전 장관과의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0.96% 포인트 차이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러나 0.96% 포인트라는 작은 차이로 경선에서 졌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김 전 의원은 유 전 장관의 손을 잡고 경선결과 발표장에 들어갔습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속상한 내색 하나 없이 나의 팔을 높이 들어 줬다.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선거기간 내내 목이 터지게 (나를 위해) 지원유세를 했다. 못내 서운해 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간곡하게 설득해 나를 돕도록 했다”고 합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정의당 당원이었던 유 전 장관이 당시 새정치연합 경기지사 후보였던 김 전 의원을 응원했던 이유도 그때의 고마움과 미안함이 남아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 전 의원을 보며 정치인의 ‘의리’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당을 위해 제대로 ‘선당후사(先黨後私)’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멋진 모습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