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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냉? 민자? 엎어말이? 아는 사람만 아는 평양냉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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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선 문화스포츠부 기자) 오늘처럼 푹푹 찌는 날이면 시원한 평양냉면 떠올리는 분 많으실 겁니다. 1일자 한국경제신문의 책마을 면에 소개된 신간《냉면열전》에 관해 몇 가지 더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거든요.

냉면 좀 먹어봤다는 분들, 혹시 ‘거냉’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거냉은 차디찬 냉면 육수를 살짝 데워 미지근하게 만든 냉면을 말합니다. 이가 약한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고 하네요.

거냉은 주방장 입장에선 조금 귀찮은 주문이라고 합니다. 찬 육수를 다시 냄비에 데워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오래된 평양냉면집에서는 추억의 단어를 잊지 않고 불러주는 실향민들이 고마워 아직도 이 메뉴를 판다고 합니다.

‘민자’는 뭘까요. 고기 등의 고명을 빼고 면을 넉넉히 넣은 냉면을 말합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 고기 대신 면을 더 먹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메뉴라고 하네요. ‘엎어말이’는 곱빼기란 뜻입니다. 냉면 그릇에 메밀 면 사리를 하나 더 엎었다는 뜻입니다.

평양냉면을 먹을 때도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불고기, 수육 혹은 만두나 빈대떡과 소주를 먼저 먹는다는 것이죠. 이른바 선주후면(先酒後麵)입니다. 이북 사람들은 먼저 술이나 고기를 먹고 난 다음에 냉면을 먹는다고 합니다. 시원한 참맛을 즐기기 위해서라네요. 특히 이북에선 귀한 손님을 대접할수록 이 원칙을 지킨다고 합니다.

오늘 저녁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어떠신가요. 단 거냉, 민자, 엎어말이 같은 용어는 오래된 평양냉면집에서만 통한다는 사실 잊지마세요. / indd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