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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국민은행 직원들 "글짓기학원 다녀야 하냐"고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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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영업 현장에서는 스토리 금융 때문에 글짓기 학원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 30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만나서 한 말이다. 이 행장이 추진하는 스토리 금융의 폐단을 얘기한 것이다. 스토리 금융은 ‘말이 되는 영업’을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저축할 돈도 없는 사람에게 펀드를 팔지는 말자는 것이다. 고객의 상황을 분석해 가장 필요한 상품을 팔자는 것이다. 그게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은행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취지는 좋다.

이 행장은 스토리 금융을 정착시키기 위해 몇 가지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그 중 하나는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팔았을 때 왜 그 상품을 팔게 됐는지 직원이 직접 글로 써서 입력하게 만든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팔기만 하면 됐다. 많이 팔수록 인사고과 점수가 좋아지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원의 ‘서술’이 말이 될 때만 점수를 주게 만들었다. 팔긴 팔았는데 고객에게 도움이 안되는 상품을 팔았으면 점수를 못 받는다.

직원들로서는 ‘서술’에 신경을 안 쓸 수 없게 됐다. 때문에 글짓기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오랜 기간 목표 할당제에 익숙해진 직원들에게 스토리 금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됐다는 얘기다. 직원들은 스토리 금융이 고객과의 관계 수립이 아니라 단순히 평가를 위한 쓸데없는 일로 전락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그럼에도 이 행장의 새로운 영업 방식은 신뢰를 잃은 금융업계에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닥치는대로 팔았다가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토리 금융의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장 직원들에게 스토리 금융이 평가를 위한 평가로 느껴졌다는 것은 문제다. 이 행장의 스토리 금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을 먼저 설득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