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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는 네 종류 인간..."상승장은 호모루덴스로 바뀌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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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증권부 기자)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을 매개로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촌평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코스톨라니는 특히 강세장이 자리잡아가는 과정에서 ‘심리’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시장의 의심을 뚫고 강세장이 자리잡으려면 미래에 대한 낙관이 널리 퍼져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그럴 경우, 상승장을 ‘정당화’ 하는 여러 논리들이 만들어지고 대중의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장이 오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생각을 간단한 수학식으로 표현하자면 '돈+상상력경제지표'의 형태를 띄게 되는 것이 상승장입니다. 시중에 유동성(돈)이 넘치고 여기에 심리(상상력)가 가세하면서 상승 추세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코스톨라니는 이같은 현상을 악마가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 Homo Sapiens)’를 ‘호모루덴스(유희하는 인간 Homo Ludens)’로 바꾸는 것에 비유합니다. 악마는 때론 주식시장을 도박판으로 만들어 ‘호모스페쿨라토르(투기하는 인간 Homo Speculator)’를 양산하기도 합니다.

4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던 코스피지수가 31일 소폭 하락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상승장으로 이어지기엔 시장의 경계심과 의심이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아직 악마의 꾐에 넘어가지 않은 것인가요?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은 오늘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펀드환매액도 3000억원 가까이 나왔군요.

대세 상승을 낙관할 ‘상상력’도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돈(유동성)도 상상력(정책기대)도 아직 2% 부족한 단계기에 주가상승을 정당화하는 논리도 힘이 조금 부친 듯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코스피지수가 천장을 뚫을 기세여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얼굴빛이 밝은 투자자를 많이 보지 못한 것도 같습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연일 코피 터지는 모습입니다. “설마 더 떨어지겠냐”며 중소형주 ‘저가매수’에 나선 투자자 중에는 추가손실이 적잖은 분위기입니다. 서울반도체 등 최근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낙폭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모 루덴스’나 ‘호모 스페쿨라토르’가 생기기 전에 ‘호모 이라쿤두스(Homo Iracundus 분노하는 사람)’이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도 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