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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유대균 치킨', '놈놈놈'..산으로 가는 세월호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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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유대균이 치킨 시켜 먹은 게 맞습니까?”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와 관련해 진행되던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브리핑에서 최근 이런 다소 황당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전날 모 종편 매체에서 ‘<단독>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치킨 주문’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낸 것과 관련한 물음이었지요.

용인 오피스텔에 숨어지내던 유대균이 조력자 하모씨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지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뼈없는 치킨을 주문해 먹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위해 뼈없는 치킨을 일부러 선택한 것 아니냐’는 깊이 있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유병언 일가 비리와 관련해 단독보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산으로 가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단독>은 다른 매체들보다 먼저 취재해 만든 의미있는 기사에 다는 타이틀이기에 보도 당시부터 기자들 사이에도 ‘치킨 시켜 먹은 게 <단독>인가’라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세월호 비리와는 더더욱 관계 없는 내용이고요. 그런데 다음날 이런 질문이 또 나오자 검찰 관계자도 당황해 하며 “유대균씨는 치킨 안좋아 한다고 합니다. 해산물 좋아한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작 치킨을 먹지도 않았다는 거지요. 브리핑을 받아 치면서도 황당해하는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치킨 보도’가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다른 종편 매체가 바톤을 이어받았습니다. 브리핑을 마친 후 또 다른 종편 매체가 “유대균, 치킨 싫어하고 해산물 좋아해”라며 해당 매체의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냈지요. 이 매체는 대균씨의 호위무사 박수경씨와 관련해 ‘<단독>박수경은 사실 소심해’라는 내용의 보도를 해 네티즌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 하는 자극적인 내용과 다소 황당한 방송 대담도 많이 나옵니다. “좁은 방에서 단둘이 3개월간 뭐 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고요.

이밖에 “태권도 6단 박수경, 왜 저항 안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는 태권도 전문 매체 편집국장이 출연해 이를 진지하게 분석하는 모습도 나왔지요. 한 매체에서는 아예 영화 ‘놈놈놈’ 포스터에 유병언, 유대균, 박수경의 얼굴을 합성한 후 ‘죽은 者, 잡힌 者, 수상한 者’라고 제목을 달아 뉴스 뒷 배경으로 쓰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들의 각종 비난의 목소리와 패러디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네요. 지나친 단독 경쟁 및 황색 저널리즘 속에서 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저 먼저 반성해 보겠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