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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복날, 장어 먹는 줄이 부쩍 길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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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정환 특파원) 지난 중복날(28일) 삼계탕 한 그릇 드셨나요? 일본도 한국처럼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건강식을 먹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입니다. 흔히 ‘장어 먹는 날’이라고 하는데요. 올해는 29일입니다.

일본에서 장어가 여름철 건강식으로 대접 받기 시작한 건 에도시대(1700년대)부터입니다. ‘소의 날’에 해당하는 축(丑)일에 ‘우’자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속설을 이용해 한 장어집이 이날을 ‘장어 먹는날’이라고 식당 앞에 써 붙이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데서 유래했다는군요.

그런데 올해는 토왕일 장어를 먹기 위한 줄이 예년보다 더욱 길어졌다고 합니다. 일본장어(니혼우나기)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1800년경 설립된 도쿄 니혼바시의 장어전문점 ‘오에도’의 와쿠이 야스유키 사장(73)은 “조만간 먹을 수 없게 될 겁니다. 늦기 전에 먹어 두세요”라고 손님들에게 공공연히 말합니다. 실제 올 여름 매출은 예년보다 10% 가까이 늘었다고 하는군요. 최근 수년간 원재료 값이 오른 데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까지 더해져 가격이 껑충 뛴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일본장어를 멸종위기종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가까운 장래에 야생에서 멸종할 위험성이 높은 종’으로 판정했습니다. 일본장어는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장어로, 괌 주변 태평양에서 부화한 치어가 해류를 따라 일본 연안으로 돌아와 하천과 호수 늪지에서 성장한 후 5~10년 뒤 괌 주변 근해로 되돌아가 산란합니다.

이번 어기(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에 양식업자의 장어 치어 채취량은 16톤으로 50년 전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는군요. IUCN은 일본장어가 줄어든 이유로 남획과 생식지 파괴, 하천 구조물 건설 등을 꼽았습니다.

세계 최대 장어 소비국인 일본은 어획 규제 등 보호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엔 도쿄도에서 장어에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IUCN 자원평가회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매튜 고록씨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일본장어를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부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 7개 하천 수계에서 장어의 생육 환경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수산청은 올 가을 중국과 대만 어업 당국과 장어의 출하량을 제한하는 것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나아가 장어 양식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군요. 일본장어를 지켜내기 위해 일본 당국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5.01.23(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