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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조금이라도 싸게...일본에서 '점심여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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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일본에서는 요즘 저렴하게 다양한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점심여권’(lunch passport)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점심여권이란 말이 생소하시죠. 여권이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을 위해 정부가 발급하는 증명서류라면, 점심여권은 점심식사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식사 권리를 보장해주는 책자입니다.

도쿄 등 유명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점심여권으로 불리는 책이 잘 팔리고 있는 겁니다. 다양한 음식점이 소개돼 있고, 그 음식점의 대표적인 메뉴가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일반적인 맛집 소개 책자와 다를 게 없어 보이죠?

하지만 이 점심여권에는 구입한 소비자를 위한 특전이 포함돼 있습니다. 즉 점심여권을 보여주면 음식을 500엔에 먹을 수 있는 특전이 있는 겁니다. 예컨대 700엔짜리 닭 튀김 정식을 먹었는데, 점심여권 안에 포함된 식당이라면 500엔만 계산하면 되는 식이죠.

식비 부담으로 고민이 많은 직장인들에게 점심여권이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점심여권으로 불리는 이 책은 한 권에 세금을 포함해서 990엔입니다. 100여개 정도의 가게가 소개돼 있죠. 다섯 번만 사용해도 책 구입비를 훌쩍 웃도니 소비자들에겐 이득이죠.

음식점들은 점심여권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일종의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 일본 출판사들에게 자발적으로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책에 소개되는 데는 따로 음식점들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갈수록 소비가 줄고 있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출판사와 서점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기고 있고요.

“거의 한 끼 식사마다 1000엔 정도 식비가 나갔거든요. 이젠 절반 정도로 줄어서 정말 고맙더라고요. 이번 달에만 점심여권을 들고 새로운 가게 10곳을 탐방했습니다.” (후쿠다 타쿠마씨) 이건 아사히신문이 점심여권 열풍을 보도하면서 인터뷰한 도쿄 직장인의 말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소비자, 출판사, 서점, 음식점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낳은 것 같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