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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활성화 TF팀에 보험연구원이 빠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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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정부는 사적연금 활성화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매달 두 차례씩 희의를 열고 있지요. 우리나라엔 연금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만큼 한시적인 ‘연합군’을 만든 겁니다. 연금 관련 부처가 총출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태스크포스에 참여하는 정부 부처는 총 4곳입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죠. 여기에다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민연금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각 금융업권을 대표하는 연구원들이 한 곳씩 들어갔는데, 유독 보험업권이 빠져 있는 겁니다. 예컨대 은행을 대표해서 금융연구원이, 금융투자회사를 대표해서 자본시장연구원이 각각 참여하고 있지요.

보험사들이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안식년을 받아 1년간 외국에 다녀왔다. 4월 말쯤 복귀해서 사적연금 활성화 TF가 결성된 걸 알았다.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아서 참여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세팅이 다 끝났다. 추가로 받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연구원엔 류 실장 외에도 다른 연금 연구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TF 측에서 왜 처음부터 보험연구원에 참여 제의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또 ‘중도 참여 의사’를 밝힌 류 실장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도 불투명하구요.

이 태스크포스에 관여한 한 참석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적연금 활성화 TF를 만든 목적은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선진국의 앞선 제도를 도입하자는 데 있다. 그런데 보험업계는 사적연금 발전을 가로막는 기득권으로 볼 수 있다. 보험사 논리를 차단하기 위해 보험연구원에 제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컨대 사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주식 등 금융투자 상품을 좀더 많이 편입해야 하고, 관련 제도 역시 이 방향으로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안정성을 이유로 저축성보험 등의 비중을 높여온 보험업계에선 반대할 게 뻔하다는 것이죠.

이유야 어찌됐든 사적연금 시장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보험업계를 배제한 건 모양새가 썩 아름답지 않네요.(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