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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이 '스타트업'? 33세 CEO의 혁신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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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버거킹이 패스트푸드 회사야? 스타트업이야?'

요즘 미국 식품 업계에선 '버거킹'이 화제입니다. 세계 1위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를 따라잡기 위해 버거컹이 눈물겨운 노력을 해온 건 하루 이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는 과거의 노력과는 완전히 다른 '혁신'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버거킹은 지난해 햄버거 체인점 최초로 '저지방 감자튀김'을 내놓았습니다. 맥도날드 감자튀김에 비해 지방은 40%, 칼로리는 30% 낮춘 것입니다. 이 감자튀김의 이름은 만족하다라는 뜻의 '새티스파이(satisfy)'와 튀겼다는 뜻의 '프라이(fry)'를 합쳐 '새티스프라이'로 지었습니다.

비용도 과감히 줄였습니다. 1954년 설립돼 다소 보수적이던 조직 체계를 확 바꾼 것이죠. 3만8884명이던 직원 수는 2425명으로 줄였습니다. 아, 해고한 게 아닙니다. 이들 3만여명의 직원들에게 버거킹 프랜차이즈 오너가 될 기회를 주는 등 가맹점 체계를 재편했습니다.

또 일은 안하고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간 임원은 해고했습니다. 이탈리아 와이너리를 통째로 빌려 한 해 100만달러어치 파티를 하던 ‘임원 전용 파티’도 없앴습니다.

버거킹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요? 그 중심엔 지난해 새로 부임한 대니얼 슈와르츠 최고경영자(CEO·33)가 있습니다. 슈와르츠는 포천 1000대 기업 중 마크 저커버그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CEO 입니다. 신생 스타트업이 아니라 반세기 넘는 역사를 가진 회사가 30대 초반의 CEO를 두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죠.

슈와르츠는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완전 '초짜'였습니다.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습니다. 최근 브라질 최대 사모펀드 3G캐피탈로 회사를 옮기면서 버거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브라질 사모펀드는 2010년 버거킹의 최대 주주가 됐고, 슈와르츠는 여기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다 지난해 CEO에 올랐습니다.

슈와르츠가 CEO가 된 첫날, 그가 했던 일은 뭘까요? 그는 처음 몇달간 화장실과 홀을 청소하고, 햄버거를 35초 내에 직접 만들어 보고, 고객들을 직접 응대했습니다.

버거킹 직원들은 처음엔 새파랗게 어린 CEO를 색안경을 끼고 보다가 성실하고 소박한 모습에 반했다는 후문입니다. 그의 이런 경험은 당장 변화로 나타났습니다. 메뉴 주문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고 메뉴를 간단하게 변경하거나 패키지 제품을 만든 게 대표적입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은 버거킹이 어린 아이에게 집안을 맡겼더니, 오히려 더 잘 굴러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버거킹의 올 1분기 매장별 매출은 평균 2%씩 올랐습니다. 순익도 2배 급증해 604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외신들은 “1954년 설립 이래 21번째 CEO에 오른 슈와르츠가 진정한 ‘버거킹’ 자리에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