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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회장이 하나+외환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4): 영웅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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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춘 금융부장) 최근 금융계는 ‘영웅 부재 시대’입니다. 이른바 ‘4대 천왕’이 물러난 뒤로 금융산업을 대표할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처럼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더십 혼란 시대입니다. 정부나 감독당국이 한마디 하면 “예, 알겠습니다”일 뿐입니다. 그에 대한 반론이나 다른 의견을 제기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는 금융산업이 어디로 가야할 지, 총대를 메고 나서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따뜻한 금융’을 앞세워 그나마 금융계를 선도하고 있으나, 과거의 영웅들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금융은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논외로 하고요.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중징계’를 통보받은 상태라 리더십에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금융계를 대표할만한 영웅은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신창재 회장이 대표적 영웅이 될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유력 후보는 아마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아닐까 합니다.(물론 지금 영웅 반열에 근접한 한동우 회장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에 성공하고, 내년 연임에 성공할 경우, 그것을 발판으로 금융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온다면, 그는 영웅부재시대의 영웅으로 등극할 만한 자격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김 회장은 서울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두루 경험했습니다. 하나대투증권 사장도 지냈습니다. 1,2 금융권의 생리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탁월한 리더십과 영업력도 갖고 있습니다. 전략과 기획 능력, 조직 장악력 면에서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만 성사시키면 그런 의구심도 사라질 듯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변수는 리더십인 것 같습니다. 최근 김 회장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계의 반응은 우호적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빨리 합치는 게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단기필마’라는 말이 심심치않게 들립니다. 김 회장만 조기통합을 앞장서 독려할 뿐, 밑에 사람들이 기대 만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팔짱을 끼고 있는 임원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외환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한조 행장만 동분서주할 뿐, 몸을 던져 노조를 설득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해 통합했습니다. 당시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조흥은행 노조와 부딪치고 설득하며 통합에 성공했습니다. 그럴수 있었던 것은 신 행장외에 몸을 던져 통합에 앞장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이 몸을 던져 조기 통합에 앞장설 임원들을 많이 확보한다면, 그래서 별 무리없이 조기통합에 성공한다면(그것도 당초 구상대로 올해안에), 그는 영웅부재시대의 영웅으로 등극할 충분조건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실현될 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요. 반대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 hayou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