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고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습니다. 독일어 ‘카다페르게호르잠(Kadavergehorsam)’이란 말입니다. 보통 ‘절대 복종’, ‘무조건 복종’, 이런 식으로 번역됩니다.
단어를 뜯어보면 카다페르(Kadaver)는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 혹은 썩은 고기를 뜻합니다. 의학용어로 해부용 실습 사체를 가리키는 ‘카데바(cadaver)’를 떠올리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호르잠(gehorsam)’은 순종적인, 말을 잘 듣는 이란 의미입니다.
결국 ‘카다페르게호르잠‘을 직역하면 “시체(의 명령)에 순종적인·복종하는” 정도 될 겁니다. 죽은 시체의 명령에도 복종할 정도라는 뜻이니 무조건 복종의 극단적인 형태겠네요. 단어의 어원은 예수회의 창시자 이그나티우스 로욜라가 죽은 뒤 그의 뜻을 기려 잘 받들라는 데서 나왔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19세기 이후 독일 관료제 사회를 축약적으로 압축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윗선의 말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관료제의 폐혜를 꼬집은 것이기도 하지요.
유 전 회장은 세칭 ‘구원파’에서 각종 명령을 내리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제 참혹한 형태의 사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카다페르게호르잠’이란 단어가 여러모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