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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통령, 카통령에게 잘 보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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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한때 뽀로로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들의 대통령이란 의미에서 ‘뽀통령’이라 불렸죠. 뽀통령의 뒤를 이어 요즘은 ‘또통령’이 대세라 합니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형되는 변신 로봇 ‘또봇’의 별칭입니다. 뽀로로와 마찬가지로 토종인 영실업의 이 캐릭터는 해외 캐릭터 완구들을 제치고 국내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니다.

또봇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캐릭터 사업을 하는 손오공은 ‘카봇’을 내놓았습니다.

기아차와 손잡은 또봇과 달리 카봇은 현대차와 협력했습니다. 현대차그룹 내에 속해 있는 두 회사지만 로봇으로 변신해서는 서로에게 주먹을 겨누게 된 것입니다. 라인업도 화려합니다. 또봇은 쏘울을 변신시킨 또봇X, 포르테가 바뀌는 또봇Y, 스포티지R을 기반으로 또봇Z를 내놨습니다. 레이, K3까지 차종별 로봇 라인이 10개가 넘습니다.

카봇은 싼타페와 그랜저를 모델로 싼타페R, 그랜저B를 선보였고 올해는 뉴아반떼 모델을 재현한 아반떼Y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내놓은 손오공의 카봇은 벌써 5년째 기아차와 협력하고 있는 영실업의 또봇보다 다양성은 적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에 애니메이션도 활용하며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변신 로봇의 인기는 상장사인 손오공의 주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 570억원 규모의 손오공은 2005년 코스닥에 상장됐죠. PC방 영업으로 시작해 TV애니메이션 사업을 거쳐 완구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자녀가 없다면 손오공이라는 회사를 ‘남경필 테마주’로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완구회사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이유는 최신규 손오공 회장이 성남 국제게임페스티벌(IEF) 조직위원회를 통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인연이 닿았기 때문이라는군요. 덕분에 올 6월 선거를 앞두고 손오공도 한때 신나게 하늘을 날았습니다. 연초 2450원이던 주가가 3월 초엔 2970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손오공의 비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5월 초엔 다시 2000원대 중반으로 제자리에 돌아오는가 싶더니 선거가 있는 6월엔 2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남경필 도지사는 당선됐지만 6월10일 손오공의 주가는 연중 최저점인 217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마무리되고 정치색을 벗고 나니 오히려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7월 초부터 다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까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22% 상승했습니다. 7월 헬로카봇 애니메이션 방영도 매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투자자들은 완구업계의 성수기인 5월이 끼어있는 2분기 실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통령을 가진 영실업은 비상장사입니다. 적자 누적으로 2010년 상장폐지됐습니다. ‘또봇 대박’으로 부활한 셈이네요. 변신 로봇의 무대는 세계입니다. 영실업은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으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영화, 드라마, 음악에 이어 완구로 한류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들이 국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 로봇처럼 혁신을 거듭해 언젠가는 미국의 마텔, 일본의 반다이 같은 회사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그런 때가 되면 로봇으로 변신하는데 도움을 준 현대차, 기아차가 오히려 또통령, 카통령의 덕을 볼지 누가 알겠습니까.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