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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객기 사고에 한국 항공업계 남몰래 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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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산업부 기자) 올해 아시아권 항공사들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올해에만 세계 항공 역사에 남을 만한 비극을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지난 3월엔 MH370편 여객기가 공중 실종됐고 지난 17일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여객기 MH17편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미사일에 격추돼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대만 항공사 푸싱항공(영문명 트랜스아시아)의 국내선 사고 소식이 전해지며 아시아 항공업계를 또 한 번 뒤흔들었습니다.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5시40분께 대만 남부 가오슝 공항을 출발한 푸싱항공 여객기 GE222편이 오후 7시6분께 펑후 섬 마궁 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24일 현재 탑승객 총 58명 중 4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여객기는 단거리 국내선용으로 널리 쓰이는 터보프롭 여객기인 ATR72-500이었습니다.

대만 항공업계에선 이번 사고의 1차적 원인으로 제10호 태풍 마트모의 영향으로 사고 당일 도착지인 펑후 섬의 날씨가 매우 안 좋았음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풍에 따른 악천후가 예상됐음에도 운항을 강행한 이유를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또 푸싱항공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951년 설립된 푸싱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아니지만 중화항공이나 에바항공 등 대만의 다른 항공사들에 비해선 규모가 작고, 주로 대만 국내선 위주로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항공기 사고가 총 12번 발생했는데 이번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ATR72의 사고건수는 7차례였습니다.

국내 항공업계는 푸싱항공의 사고 소식에 “절대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선을 관할하는 운항통제사들과 조종사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대만 사고 소식에 민감해하는 이유는 대만과 우리나라 지형, 기상변화 패턴이 상당히 많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만은 국토의 약 64%가 산지입니다. 한국도 국토의 약 70%가 산지죠.

한 관계자는 “대만은 국토의 남북을 타이완산맥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산맥 평균 높이가 3000m”라며 “산이 많아 기상변화도 예측하기 힘들고, 지형도 험해서 대만 공항은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매우 운항하기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조종사는 “농반 진반으로 ‘10시간 미국 노선보다 40분 제주 노선 운항이 훨씬 힘들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국내선 운항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방 공항들이 대부분 인근에 산과 마을이 인접해 있어 착륙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하고, 국내선은 기상 변화가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파악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대만과 우리나라 지형이랑 잦은 기상변동은 거의 판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해외 사고 소식에 겉으로는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제발 이 ‘마가 낀 분위기’가 우리나라 항공사들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일들이 항공안전 관리 시스템에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mi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