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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먹어준 덕에 렌틸콩 신분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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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생활경제부 기자) S.E.S와 함께 남심(男心)을 양분했던 걸그룹의 조상, “10분 안에 꼬셔버리겠다”며 유혹하던 섹시 아이콘, 유재석·강호동 옆에서도 기 죽지 않던 예능 강자… 가수 겸 방송인인 이효리에게 또 다른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바로 ‘킨포크의 아이콘’입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킨포크란 '소박한 모임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이자 그들이 독립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감성 매거진의 이름'입니다. 쉽게 말하면 '소박하고, 조용하고, 느린 삶을 추구하는 어떤 것'입니다. 그게 삶 자체의 방식일 수도, 요리일 수도, 스타일일 수도 있는 거죠.

이효리는 최근 몇 년 간 몇 번의 표절 파동을 통해 자숙의 기간을 거치면서 동물 보호에 눈을 돌릴 심적 여유를 얻었습니다. 특히 유기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웠지요. SNS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탐욕스럽게 수집하던 악어백 대신 에코백으로 갈아탔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그러다 결혼했고, 제주도에 신혼집을 얻었습니다. 이효리는 그렇게 대중에게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해 ‘소길댁’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 전까지는요.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긴 싫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힌 그의 글과 사진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어요.

이효리는 어느 순간 제주도로 상징되는 느린 삶, 소박한 삶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킨포크족(族)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이효리가 대중화시킨 셈입니다.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유명인들이 많았지만 이효리 만큼 각광받진 않았어요.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을 공개한 연예인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효리 만큼 문장 하나 하나 기사화되고 환대 받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최대 수혜자는 렌틸콩이에요. 작고 귀여운 이 콩은 원래 셀럽들 사이에서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 받았어요. 밥 대신 볶아 먹고 쪄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하더군요. 전 먹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렌틸콩은 얼마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식재료였던 것이죠.

이효리가 자신의 블로그에 렌틸콩 요리를 소개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한때 이효리가 들었던 ‘그 백’을 따라 샀던 여성들이 이젠 이효리가 먹었던 ‘그 콩’을 따라 먹고 있어요. 매출 부진에 시름하던 식품업계는 발 빠르게 관련 제품을 쏟아냈습니다. 레스토랑에는 ‘렌틸콩 스프’ 메뉴가 추가됐습니다.

렌틸콩이 신분상승을 한 셈이죠. 실적 부진으로 고민하는 한 화장품 브랜드 홍보담당자에게 귀띔해준 이유입니다. “렌틸콩으로 크림이든 팩이든 빨리 만드는 건 어떨까요. 대박 날 걸요. 친환경, 발효화장품, 킨포크, 그리고 이효리…최근 핫한 키워드는 다 들어가는 제품이니…”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