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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태양흑점 주기로 요즘 증시를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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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증권부 기자) 1801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화학자, 천문학자였던 존 허셜은 태양 흑점 변화가 곡물 수확과 물가에 영향을 줘서 경기변동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871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는 허셜의 주장을 구체화해 태양광선과 기압은 주기적으로 변동하는데 경기변동은 이 같은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봤습니다. 1701~1866년의 영국 농산물 수확과 가격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기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그 주기성이 태양 흑점주기와 동일한 10.44년이라는 설명입니다. 태양 흑점이 늘어나면 그 영향으로 지구에 추위가 오고 농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후 제본스의 주장은 오랫동안 경제학계에서 괴짜학자의 ‘기이한 주장’ 정도로 취급받았다가 20세기 후반부터 다소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인데요.

각종 통계적 ‘분석’이 난무하는 여의도 증권가에도 흑점과 코스피지수 간에 무시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한국 증시가 11년 주기로 등락을 반복했는데, 이것이 태양의 흑점주기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시각입니다. 국내 증권가에서 증권 관련 장기 통계를 수집해온 것으로 유명한 하나대투증권의 위문복 부부장도 비슷한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태양흑점주기론에 따르면 1956년 증시 개장 후 11년 뒤인 1967년 증시가 경제개발5개년 계획 시작 덕에 급등세를 탔고, 다시 11년 뒤인 1978년에는 건설주 파동을 탔다는 식입니다. 1989년(증시 1000포인트 돌파), 2000년(바이코리아 열풍 뒤 상승장)을 비롯해 코스피지수 역대 최고치인 2231.47을 기록한 2011년4월27일이 모두 11년의 격차가 있다는 데도 주목합니다.

그렇다면 2011년 고점에서 3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모습은 11년 주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니 장기 하락국면이 불가피하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요?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활동관측위성’(solar dynamics observatory)이 찍은 사진을 보면 태양에는 아주 적은 양의 흑점 폭발만 관측됐다고 합니다. 미미한 활동조차 없는 소위 ‘올 콰이엇 이벤트(All Quiet Event)’도 있었다고 하네요.

태양의 흑점주기는 일종의 자연법칙이겠지만 인간의 경제활동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만들어내는 다이나믹한 변화의 총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증시가 요즘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 태양흑점주기론의 우려를 깨고 증시가 계속 화끈한 반응을 보였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8(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