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외교부 간부들도 모르는 역대 최고령 주일대사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전예진 정치부 기자) “그 분이 누구시죠?”

22일 신임 주일대사에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77세, 1937년생)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외교부 직원들이 보인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실국장급 고위 간부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외교부에서는 유 이사장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내일 모레 여든을 넘보는 역대 최고령 인사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국장급 간부들이 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 이사장과 30살 가량 나이 차이가 나는데요. 유 이사장이 충청남도 도지사와 국회의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이들은 외무고시를 준비하고 있거나, 초년병 시절이었을 테니 연결고리를 찾기가 힘들 만도 합니다. 외교부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장급 이하 직원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유 신임대사는 10년 전 16대 국회의원을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뒤로는 근황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는 유 신임대사의 최근 모습 대신 흑발에 화질이 좋지 않은 예전 사진만 검색돼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유 신임 대사를 맞이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의 이력이나 성격, 업무 스타일을 미리 파악해야 하는데 정보가 한정돼 있으니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유 내정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남중·고 동창회 멤버로 서울대 법학과를 같은 해에 졸업했고 한일친선협회에서 유 내정자가 이사장이던 때 김 실장이 부회장을 맡기도 했죠. 나이는 유 내정자가 김 실장보다 두 살 많습니다.

외교부는 내정자에 걸맞는 예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눈치입니다. 유 내정자가 평소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해 왔다고는 하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고서 글자 크기를 키워야겠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유 내정자의 임명으로 외교부의 평균연령이 정부부처 중 가장 높을 것이라며 불편해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년연장시대를 맞아 관록 있고 유능한 인사의 등용을 기용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외교부 내에서 인사 적체 고충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다간 연령상한선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품는 직원들도 나올지 모릅니다. 잘 알지 못하는 노익장 외부 인사 내정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게 지금 외교부의 모습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