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두산 팬들은 '거래소 황소'를 싫어한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지연 증권부 기자) 여의도 증권가에는 황소가 세 마리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대신증권 앞에 설치된 황소상 얘기입니다. 해외에서는 강세장을 ‘불 마켓’(bull market) 약세장을 ‘베어 마켓’(bear market)이라고 하지요. 상승장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한국 뿐 아니라 뉴욕 등 해외 증권가에서도 황소상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조형물입니다.

여의도에 있는 3개의 황소상은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먼저 가장 오래된 대신증권의 ‘황우’는 다른 두 마리와 달리 성별이 뚜렷합니다. 때문에 투자자들 뿐 아니라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늠름한 자태에다 배 아래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물건(?) 덕에 손주보길 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황소상을 쓰다듬고 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워낙 만지고 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대신증권은 2009년 앞마당 디딤돌 위에 있던 황소상을 아예 큰 길가로 이전했습니다. 지금은 길을 가다가 손만 뻗으면 황소상을 만질 수 있습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조형물이어서 한때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촬영 섭외 의뢰가 오기도 했었다네요. 하지만 나름 신성시하는 황소 등에 올라타고 하는 장면이 있어 정중하게 거절했다는 후문입니다. 대신 촬영은 금융투자협회 앞에 설치된 황소상을 이용했다고 하는군요.

금융투자협회 앞에 있는 황소상은 세 마리 중 가장 ‘몸짱’입니다. 이두근부터 복근까지 울룩불룩한 근육을 뽐낼 뿐 아니라 당장이라도 머리를 들어 치받을거 같은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로비에 설치된 황소상은 곰을 들이받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소에게 받힌 곰은 뒤로 나가 떨어지듯 휘청대는 모습이구요. 독일 푸랑크푸르트 거래소 앞에도 황소상과 곰상이 있지만 서로 떨어진 채 견제하는 정도라고 하네요. 적극성 측면에선 거래소 황소상이 세계 으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헌데 요즘 프로야구 두산팬들은 거래소 조형물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하네요. ‘두산 베어스’의 마스코트는 곰이지요.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성적이 괜찮았던 두산은 현재 38승 41패로 5위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선수들의 줄부상에 마무리 투수 이용찬 선수의 도핑테스트 적발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빠지는 곰 형상이 팬들 눈에 좋아 보일 리는 없지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