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의 지난 100여일간 모습은 동부 패키지를 인수하느냐 마느냐, 재무건전성을 지키느냐 마느냐 등 고뇌에 찬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CEO가 힘든 결정을 내리는 자리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보통 의사 결정은 내부에서 이뤄지고, 결정이 되고 나면 확고한 CEO의 결단으로 외부에 공포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라는 포스코의 CEO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 것은 왜 일까요?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시스템 문화를 그 이유로 꼽습니다. ‘포스코 회장은 사실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미 포스코는 가만히 놔둬도 굴러갈 정도의 역사와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모델도 사실 철강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무척 단순합니다. 이 사업 프로세스에서 회장이라고 해도 많이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지요. 다른 철강사들의 경우 누가 CEO를 맡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지만 포스코는 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전임 정준양 회장은 많은 M&A(인수합병)와 해외 투자로 ‘회장’의 존재 이유를 알렸지만, 지금 권오준 회장은 그렇게 하기도 힘듭니다. 재무구조가 나쁠대로 나빠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권 회장이 주창한 '포스코 더 그레이트(위대한 포스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