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공개된 선공개곡 ‘미운 오리 새끼’, 지난 8일 발매된 정규 8집 앨범 ‘챕터8(Chapter 8)’은 공개와 동시에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식지 않은 저력을 보였다. 그만큼 많은 이들은 god의 컴백에 목말라했다. 드디어 god 다섯 남자의 무대가 공개됐다. god와 함께 잠실은 하늘색 물결로 넘실댔다. 그들은 god 음악이라는 열쇠를 통해 추억은 현재로 돌아왔다. 추억을 열어준 열쇠인 god 콘서트에는 세 가지 코드도 담겨 있었다.
# CODE 1. 이어지는 ‘추억’
god 콘서트는 추억의 향연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god인 만큼 15년 동안 다섯 남자가 걸어온 하늘색 추억은 이야기와 노래로 이어졌다. 오프닝 영상에서 god는 1999년 1월13일 데뷔부터 지난 2005년 12월28일, 잠시의 이별 시점까지 추억을 되새겼다. 등장과 함께 멤버들은 “안녕하세요! god입니다”고 15년 전 모습 그대로 밝은 인사를 선보였다. 이에 팬들은 ‘안녕 참 오랜만이지’라는 문구가 새겨진 종이로 화답해 즐거운 재회를 열었다.
god 멤버들은 데뷔 15주년이 된 이제야 ‘우리가 왜 떴을까?’라는 귀여운 의문과 함께 데뷔곡인 ‘어머님께’를 불렀으며 30명의 팬이 응원하러 와 줘서 잊을 수 없었다는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가 흘러나오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추억은 ‘거짓말’ 무대에서 최고조로 올랐다. ‘거짓말’은 당시 최고의 히트곡이었으며 god를 국민그룹이란 타이틀로 올려준 일등공신이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알 정도의 파급력을 가진 ‘거짓말’의 응원 구호도 또 다른 재미였다. ‘천의 얼굴 윤계상/천상 미소 손호영’ 그리고 지금은 ‘별에서 온 그대’가 된 전지현의 “싫어! 싫어”까지 팬들은 노래와 하나된 응원 구호를 외쳤다. 2014년 잠실에서도 ‘거짓말’의 응원은 여전했다. 간주 부분 ‘g! o! d! 짱!’이라 외치는 부분에서는 15,000명 관객이 서로를 뭉클하게 한 순간이었다.
god 멤버들은 ‘관찰’, ‘애수’, ‘니가 있어야 할 곳’, ‘프라이데이 나이트(Friday Night)’ 등 댄스곡 무대에서도 예전 그 안무 그대로를 선보였다(god 멤버들은 ‘애수’ 포인트 안무에서만 김태우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수정됐다고 토로했다). god는 ‘관찰’ 속 핸들 춤, ‘애수’ 속 ‘육아일기’ 재민이가 좋아했던 간주 안무 등을 그대로 표현하며 흘러간 시간이 무색한 모습을 보였다.
멤버들은 공연 중간마다 그 동안 풀지 못했던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컴백 소감을 들며 자연스럽게 무대를 소개했다. 무대 전체가 시계로 꾸며지며 팬들과의 시간 여행을 의미하듯 지금까지 지나온 god의 시간과 이야기는 곧 그들의 노래였다.
# CODE 2. 공감의 ‘감성’
god와 관객 모두는 콘서트를 통해 함께 웃고 또 울었다. god 멤버들은 등장과 처음부터 서로를 아저씨라 부르며 세월을 드러냈다. 김태우는 ‘신의 소리’, 윤계상은 ‘뇌수막염’, 손호영은 ‘무한긍정’, 데니안은 ‘피부’, 박준형은 ‘40대’를 god에서 맡고 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 15년 차 팬과 가수답게 그들은 공연장에서 서로를 유쾌하게 이해해줬다.
‘촛불하나’의 스핀 오프(Spin-Off) 곡인 ‘하늘색 약속’에서 윤계상은 실수를 하기도 했다. ‘촛불하나’와 유사한 ‘하늘색 약속’ 가사로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윤계상은 실수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팬들은 “괜찮아~괜찮아~”하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팬들은 바지가 내려간다는 데니안에게 “벗어라! 벗어라!”를 외쳤고 데니안은 “나이 들면서 이상해졌네”라고 말해 서로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처럼 편해진 god와 팬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콘서트를 이어나갔다.
웃음과 함께 감동도 있었다. 지난해 좋지 않은 일을 겪고 공연 당일 졸피뎀 수사 보도로 인해 화제의 중심이 됐던 손호영은 “안녕하세요. 무한 긍정 손호영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무언가 짠해진 느낌이었다. 팬들은 손호영에게 큰 환호와 함께 ‘천상 미소’라며 친한 여동생처럼 그를 토닥여줬다.
god 재결합의 중심이었던 윤계상은 편지로 관객과 멤버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윤계상은 2002년 god를 탈퇴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다시 돌아온 윤계상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자신을 관대한 모습으로 받아줘서 고맙다는 영상 편지를 남겼다. 윤계상의 진심이 담긴 편지에 멤버들은 눈물을 보였다.
김태우는 “여기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다섯 명밖에 모른다”며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준 계상이 형한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뜻 없이 god 그대로를 받아주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팬들에게는 떠났던 윤계상이 야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온 윤계상에게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 CODE 3. 여름 밤 모두의 ‘열정’
떼창이란 표현은 말 그대로 큰 무리의 구성원이 같은 노래를 동시에 부르는 것을 뜻한다. 떼창이란 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 중 하나를 꼽자면 god의 콘서트가 아닐까 싶다. 팬들은 그동안 어떻게 기다렸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감췄는지 콘서트에서 모든 열정을 발휘했다. 첫 곡 ‘미운오리새끼’부터 마지막 곡 ‘보통날’까지 팬들은 흔들림 없는 떼창을 보였다.
영어 단어는 잘 안 외워져도 15년 전 god 가사는 왜 이리 잘 외워지냐는 말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모두의 몸 속 깊이 내재된 기억력이 발동되며 god의 노래와 한 물결이 됐다. god 멤버들 역시 노래를 부르며 계속해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건네는 등 떼창의 모습을 즐기고 함께 했다. 질서를 유지하며 점잖은 모습을 보였던 관객들이었지만 공연 말미 ‘하늘색 풍선’이 흐르자 끓어오르는 열정과 함께 일어서 음악을 그대로 즐겼다.
팬들과 함께 god 멤버들도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 게스트나 긴 영상, 쉬는 시간 없이 오로지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약 3시간을 채웠다. “노래 하난 정말 잘해”라는 데니안의 칭찬과 같이 김태우는 대화까지 음악으로 표현하는 가창력을 보였고 멤버들 모두 녹슬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특히 40대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던 맏형 박준형은 세월을 놀리듯 ‘꿈틀이 춤’을 선사했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god 멤버들에게 체력과 세월은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열정만이 그들에게 가득했다.
누구나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다 연락이 끊긴 친구와의 재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연락하지 못했지만 다시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제 만난 듯 편안해진다. 그것은 함께 한 시간과 추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god와 팬들도 15년 만에 재회했다. 너무 오랜만이었지만 한 무대에서 추억을 전해주는 열쇠인 god의 음악을 즐기니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앞으로 절대 헤어짐은 없고 god란 이름을 지키겠다는 윤계상의 말처럼 다시 만나게 될 god와의 새로운 재회가 기대된다. 우리가 다시, 다시 만나기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