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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역할이 '제재'가 아니라 '지원'인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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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금융당국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입니까? 아마 검사, 제재 등일 겁니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의 힘은 제재에서 나온다고 여깁니다.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난 금융회사는 더 꼼꼼하게 종합검사나 부문검사를 받게 되고,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죠.

또 검사나 제재 실적이 금융당국 직원들의 성과 평가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늘 부정적일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지 취재를 나간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모습은 꽤 낯설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금융회사들은 하나 같이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특징으로 예측 가능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꼽았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십수년째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에 구체적으로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특징을 물어봤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최우선 목표는 어떻게 하면 금융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금융회사들이 모기업이나 본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싱가포르를 떠나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해외 금융사들의 잇따른 진입으로 성장하고 있는 싱가포르 금융시장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특징인 컨설팅적 관리감독이라는 개념을 얘기했습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금융사와 미팅을 갖습니다. 앞으로 영업 전략이나 경영 방침, 실적 추이나 현재 처한 문제점에 대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나누죠. 제재를 위한 게 아닙니다. 미리미리 소통해 문제가 터질 수 있는 부분을 같이 찾아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지요. 금융당국과 금융사가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많은 지침을 알려주고요.”

사실 싱가포르의 금융 관련 법은 인프라, 매뉴얼, 인력 운용, 자본금 규정 등 전 분야에 걸쳐 매우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특이한 건 실제 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신뢰가 바탕이 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이런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모습이 완벽하게 이상적이라는 건 아닙니다. 아마 큰 금융위기나 금융시장 붕괴 등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금융사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한국 금융당국에 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컨설팅적 업무가 좋은 참고는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