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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어 이라크에서도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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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국제부 기자)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 이후 사사건건 대립하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라크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파죽지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한 누리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가 ‘수호이-25’ 전투기를 판매한데 이어 이를 도울 군사자문단까지 이라크에 파견했기 때문입니다.

이라크 국방부는 수니파 무장세력과 싸우는 보안군의 전력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러시아제 수호이-25 전투기 5대를 받았다고 29일 발표했습니다. 안와르 아민 이라크 공군사령관은 29일 국영 이라키야 TV에서 “이라크에 도착한 러시아 자문단이 3~4일 내에 전투기 출격이 가능하도록 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역시 이라크에 300명의 자문단을 파견키로 하고 최근 130명이 현지에 도착한 상황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기묘한 오월동주의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죠.

그동안 이라크는 미국에 F16 전투기와 아파치 헬리콥터 판매를 요청해왔으나 뜨뜻미지근한 미국의 반응에 불평을 해왔습니다. 펜타곤은 F-16기를 올 가을에나 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30일(현지시간) 이라크 정부가 그들이 비행능력을 키우기 위해 러시아로 방향을 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두고 테어도어 카라식 근중동·걸프만 군사분석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의 수호이 전투기 인도는 크렘린의 재빠른 조치이자, 미래 바그다드 정부와 모스크바를 단단히 엮을 수 있는 영리한 거래”라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정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주로 한 수니파 동맹에 맞서 시리아-이라크 정부-이란을 축으로 한 시아파 동맹이 형성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시리아 내전 때 바샤르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한 러시아의 과거 행보를 비춰볼 때 이라크 내전에 개입을 시작한 러시아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까닭입니다.

미국은 더구나 누리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퇴진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죠. 궁지에 몰린 말리키 총리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할 만한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내전을 통해 이라크 내부의 종파·인종간 역학관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점차 이라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따른 역학관계의 변화 역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10.1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