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금감원 제재심의에 로펌들 물 만났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허란 증권부 기자) 로펌들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카드정보 유출,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에 연루된 금융회사와 전현직 임직원 200명이 이달부터 한꺼번에 제재심의에 들어가면서 법률자문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0일 “금감원 제재심에서 금융회사 징계가 이어지면서 로펌들의 법률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며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대형 로펌을 고수하지만 최근 200여명의 제재안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중소형 로펌들에게도 시장이 열리는 모양새”라고 귀뜸했습니다.

실제로 해외 채권의 부당판매 혐의로 작년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네 차례 제재심의를 거친 골드만삭스는 법률자문인으로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택했습니다. 야간선물시장에서 알고리즘매매를 통해 시세조정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한 미국계 투자회사 타워리서치의 법률 자문도 김앤장이 맡았습니다.

이번엔 여타 로펌들도 재미를 보게 됐습니다. 지난 26일 제재심에만 15개 금융회사와 200여명의 임직원이 제재 대상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국민은행은 도쿄지점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으로 사전 징계가 통보된 임직원만 95명 정도입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씨티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힐 전 한국스탠다드차티드(SC)은행장, 신충식 전 농협은행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등 전현직 금융사 CEO도 무더기로 징계 대상에 이름이 올랐으니 로펌들의 기대가 클 수 밖에요.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불구속 기소가 ‘대어’로 꼽혔다고 합니다. 구속이 아닌 불구속 기소를 바라는 그룹 총수 측에서 막대한 돈을 푼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모 대기업 총수가 불구속 기소됐을 때 10억원이 넘게 풀렸다고 합니다.

최근 이렇다 할 대어가 없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제재심에서 로펌 시장의 새로운 화수분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이번 금융사 CEO 제재심은 6개월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안건도 제재심만 네 번을 거쳤다”며 “KB금융 등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여러 차례 제재심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줄 것이고 그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이후에 이의신청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