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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기 힘들죠?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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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 “담배를 끊는 것은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끊지 못했죠. 하지만…”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40대 가장. 한순간 뇌 속 혈관이 터지고, 어느새 그는 병상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누워 있습니다. “확실한 건, 지금이 더 힘들다는 겁니다.”

적나라한 뇌출혈 영상, 뇌졸중 증상의 직접적인 묘사. 보건복지부가 26일부터 새로 내놓는 금연광고 <더 늦기 전에>의 한 장면입니다. 그동안 보았던 금연광고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시지 않나요? 바로 ‘불편한 혐오 광고’라는 점에서인데요.

기존 금연광고는 흡연의 폐해를 직접적이기보단 비유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착한 광고’였죠.

하지만 이번 광고부터는 끔찍한 질병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가감없이 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금연광고의 컨셉이 ‘비유’에서 ‘혐오’로 완전히 바뀐 겁니다.

이같은 금연광고의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세계적인 트렌드이지요. 최근 전세계 금연광고의 키워드는 ‘혐오스러움’과 ‘불편함’입니다. 각국 정부는 흡연으로 인한 신체 장기의 손상과 이에 따른 고통을 끔찍한 이미지로 묘사하면서 금연을 유도하고 있어요.

혐오 광고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엄청나게 많이 있지요. 금연광고의 효과를 연구한 31개 연구논문이 공통적으로 “피해자의 증언 등을 통해 흡연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광고가 금연 유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냈거든요.

미국에선 흡연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경험자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금연광고를 방영했는데요. 이 광고로 160만명이 금연을 시도했고, 이 중 22만명이 3개월 이상 담배를 끊는데 성공했다네요.

이처럼 금연광고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세답니다. 2002년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등장한 금연광고 기억하시나요. 이후 70%에 육박하던 남성 흡연율이 5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요.

이번 금연광고는 단순 혐오의 수준을 넘어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서를 광고에 담았다고 합니다. 한국인들에게 죽음보다 더한 공포는 ‘죽음 만큼 고통스러운 삶.’ 다른 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는 것보다 장애를 얻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데 뇌졸증으로 얻은 장애의 불편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거지요.

참, 이번 편이 혐오 광고의 끝이 아니라네요. 10~20대를 타깃으로 게임을 소재로 한 광고 <죽음의 게임>도 영화관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연 생각이 있는데 잘 안되시는 분들은 이 ‘혐오 광고’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