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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 또 문다" 베팅해 175배 돈 번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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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또 물었습니다. 아~월드컵에서도 물었네요."

우루과이와 이탈리아가 24일(현지시간)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 티켓을 놓고 '죽음의 경기'를 펼쳤는데요. 강력한 우승 후보 이탈리아가 1:0으로 패배한 것 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죠.

'핵이빨'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가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지오 키엘리니(20·유벤투스)의 어깨를 깨문 것입니다. 몇번을 다시 보고도 이해 못할 광경이었죠.

축구팬들이 황당한 비명을 지르는 이 순간, 기쁨의 환호를 지른 사람도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도박꾼인 토마스 시버센(23) 입니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4시15분 노르웨이의 한 베팅 사이트에 '수아레스가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물 것인가'라고 묻는 항목이 뜨자 '그렇다'에 돈을 걸었습니다. 그가 베팅한 돈은 32크로네(약 5300원). 확률이 희박했고, 배당은 175배에 달했습니다. 이번 도박으로 그가 번 돈은 5600크로네(약 93만원)입니다.

시버센은 지난 4년간 포커 게임으로 생활을 유지해온 전문 도박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베팅해서 이긴 게임 중 가장 황당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아레스는 두 차례나 비슷한 전과가 있습니다. 2010년 네덜란드 아약스 소속일 때 아인트호벤의 오트만 바칼의 목을 물어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2/13시즌 때도 첼시의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10경기 동안 뛰지 못했죠. 리버풀 구단주는 팀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그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겠다고 강하게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도박사들이 "수아레스가 월드컵에서는 물지 않을 것이다"에 베팅했던 이유는 뭘까요. 수아레스는 이번 월드컵에 부상을 딛고 출전했습니다. 지난달 22일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고 회복까지 6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죠. 어렵게 출전한 경기인 만큼 문제가 될 만한 기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아내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첫사랑 소피아를 따라 유럽에 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축구에 매달렸던 수아레스. 그는 지금도 아내 말이라면 꼼짝 못하는 ’애처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골을 넣고 손목에 키스하는 것도 딸과 가족을 위한 세리머니입니다.

소피아는 지난 시즌 출전정지를 받았을 때 “경기장에서 예의를 지켜라. 안 그러면 평생 다시는 (네 경기를 보러) 안 갈 거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고요. 이후 기행도 사라지고 경기력도 좋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었습니다. 월드컵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을 텐데, 가족 사랑도 그의 기행 본능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수아레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물론 우루과이에서도 ’비신사적 기행‘에 대해 강하게 비난받고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조치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수아레스가 이빨 자국을 낸 건 키엘리니의 어깨가 아니라 그의 조국 우루과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