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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이 중도환매 적금에 고금리 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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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증권부 기자) 오늘 지인 한 분이 웰컴저축은행에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장기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중도해지 특별금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죠. 2011년 판매한 ‘YES! 2018 정기적금’에 가입한 사람을 대상으로 발송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저축은행은 보기 드물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면서, 구구절절 친절한 문체를 썼습니다. 원래 79개월(6년6개월)짜리 장기 상품인데, 가입 3년만인 다음달 해지해도 당초 약속했던 약정금리를 모두 주겠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적금이든 예금이든 만기 이전에 해지하면 약정이자는 커녕 매우 낮은 금리만 주지요.

그러면서 “특별금리 기간인 올 7월이 지나면 추후 중도해지하더라도 원래 약정했던 이자를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저축은행의 1년짜리 예금 금리가 현재 연 2.6%인데, 이 금리만 준다는군요. 어찌 보면 “빨리 중도해지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들을 수 있겠습니다.

이 저축은행은 왜 이런 문자를 일괄 발송했을까요?

당초 제시했던 약정금리가 워낙 높았기 때문입니다. YES! 2018 적금의 약정금리는 연 8%입니다. 2011년 당시에도 파격적으로 높은 금리였죠.

이런 고금리를 적용했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웰컴의 전신은 신라저축은행인데,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떨어져 퇴출 위기에 몰렸던 겁니다. BIS비율을 높이려면 고객 자금을 더 많이 끌어들여야 했고, 당시엔 ‘고금리 유혹’이 최선이었죠. 급한 불을 끄자는 마음에 7년 가까이 연 8%의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을 무더기 판매했던 겁니다.

어차피 신라저축은행은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하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예금보험공사가 1인당 5000만원 한도로 원리금을 보장하는 만큼 고객들도 큰 금액만 아니라면 손해볼 게 없었습니다. 신라저축은행이든 고객이든 다소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연 8%짜리 장기 적금은 1~2주일 만에 2018억원(평창올림픽 개최년도)어치 모두 팔렸습니다. 하지만 신라저축은행은 결국 파산했고, 이 적금에 대한 책임은 예보를 거쳐 현재의 웰컴저축은행으로 넘어갔습니다.

웰컴 측 입장에선 이 고금리 적금 가입자들이 ‘계륵’과 같습니다. 오래 둘수록 역마진이 심화하는 구조이죠. 어떻게든 중도환매를 유도해야 하는 배경입니다.

이 같은 고금리 역마진은 웰컴만의 걱정거리는 아닙니다. 생명보험사에선 훨씬 심각하죠. 예컨대 삼성생명의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중에서 6% 이상 고금리 상품 비중은 80%에 달합니다. 고금리 저축보험 누적액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금융 소비자들이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걱정을 할 필요는 없죠. 웰컴저축은행에서 ‘중도환매’ 문자를 받은 사람들은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게 유리합니다. 생보사의 고금리 저축보험에 일찌감치 가입해둔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