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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국회를 보니 서울 출장 많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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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경제부 기자) “휴, 국회 갈 일이 많아진 거죠. 서울 출장을 더 자주 갈 수밖에요.” 최근에 만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공무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입니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때문이죠.

그 중 첫 번째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법안 발의. 장 의원은 지난 18일 원자력발전소의 설계 수명이 끝나면 원전을 바로 폐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이 법은 원자로시설의 최초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계속 운전을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수 없게 하고, 원안위는 원자로시설의 수명이 끝나면 발전용 원자로운영자의 운영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설계 수명이 끝나면 원전을 없애라는 뜻입니다. 현재 부산에 있는 원전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해당돼 법안이 통과되면 바로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산업부의 입장과는 정반대인 셈이죠.

원전 관련 법안은 지금도 많이 발의돼 있고, 통과까지는 많은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달라 산업부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법안에 서명한 의원이 33명에 달합니다. 통상, 법안 하나 발의하려면 10명의 의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데 33명에 이르는 서명을 받았으니 의원들의 지지가 상당하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이 의원들은 대개 국회 내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유인태 의원·책임연구위원 우원식 의원)’ 소속입니다. 이 의원들의 명단엔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최근 세월호 참사란 분위기가 이 법안의 추진력을 더해주는 모양새입니다. 실제 새누리당 산업위 소속 의원 측은 “안전 사고 이전에도 원전 관련 법안은 꽤 발의됐는데, 사고 이전과 이후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며 “원전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원전을 폐쇄하는 법안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반대하기 힘들어졌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논란이 되면 반대쪽에 서기 힘들다는 얘깁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가톨릭환경연대와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70여개 환경·탈원전 관련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장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날 잇따라 지지성명을 냈습니다.

국회는 지난 20일 하반기 원내를 구성했는 데 이도 부담입니다. 산업부가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산업부와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의원들이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산업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산업위 의장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중도파로 분류되는 김동철 의원(3선·광주 광산을)으로 결정이 돼서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인 반면, 농해수위 위원장에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온 같은 당의 김우남 의원(3선·제주을)이 선임됐습니다. 쌀 관세화(쌀 시장 개방)와 한·중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을 체결하거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껄끄럽게 된 것입니다. 법안의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는 법사위원장 자리에도 다소 강경한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3선·대전유성)이 앉은 것도 마찬가지고요.

산업부는 이런 국회 사정을 두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분위기입니다. 헌법에서 입법은 국회의 권한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산업부는 ‘을(乙)’입니다. 산업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과 달리 입법이 진행될 경우 국회를 찾아가 계속 설득 작업을 벌여야 합니다. 원전 폐쇄 법안을 막고, 통상을 증진시켜야 하는 산업부의 국회 설득 능력이 주목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