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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테크노밸리 터가 안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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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호 IT과학부 기자)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터가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해요.”

최근 만난 한 판교 입주 기업 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판교에 입주한 기업치고 잘된 곳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판교에 게임 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보니 규제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게임사들 사이에서도 판교 입주 기업과 판교 밖에 있는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게 문제다.

2013년 8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게임회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분기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였다. 작년까지 ‘윈드러너’로 가장 앞선 모바일 게임 회사로 평가받았으나 윈드러너를 이을 후속 게임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 쟁쟁한 게임사들이 판교에 입주해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넥슨은 계속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판교에 와서 처음 내놓은 ‘도타2’가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반면에 요즘 잘 나간다는 게임사들은 모두 판교 밖에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두 달 넘게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를 서비스하는 네시삼십삼분(4:33)은 서울 삼성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몬스터길들이기’와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등으로 매출 5위 안에 3개의 게임을 집어넣은 CJ E&M 넷마블은 서울 구로테크노밸리에 있다. 매출 3위인 ‘애니팡2’의 개발사 선데이토즈의 사무실은 성남시 정자동이다.

‘우파루사가’를 서비스하는 NHN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9개가 판교 밖에 있는 게임사의 것들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안랩과 카카오, SK플래닛도 있다. 안랩은 안철수 새정치민중연합 공동대표의 지지율 하락, SK플래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는 자체 서비스와 엮여 얘기가 오가고 있다. 카카오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성장의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을 듣는 점이 꼽혔다.

이런 이야기를 전한 관계자는 “아직은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지만 판교에 와서 성공한 기업이 없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판교테크노밸리로 오려는 기업도 줄어들 것”이라며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되려면 성공 사례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