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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IoT) 창시자가 말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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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IT과학부 기자) “인공지능(AI)은 일반적(general)인 겁니다. 장기를 두거나 채팅을 하는 것처럼 특수한 한 가지 스킬이 아니고요.”

19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동 주최로 열린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 2014’. 예년보다 많은 참석자가 몰린 가운데 첫 기조연설은 케빈 애슈턴 벨킨 청정기술부문 사장이 맡았습니다. 애슈턴 사장은 1990년대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근무하면서 사물인터넷(IoT) 개념을 처음 제안한 사람입니다. 이날 그는 기기마다 인터넷이 연결될 IoT 시대 혁신과 이 시대에 맞는 교육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애슈턴 사장은 다가올 IoT 시대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컴퓨터가 넓은 방을 한 칸을 가득 채웠던 에니악(ENIAC) 시절부터 구글 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소형화된 과정을 보여주면서 “컴퓨터가 매우 작아져 서로 연결되는 IoT 시대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처럼 허황된 ‘어젠다’에 그치거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는 겁니다.

기업이나 국가가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애슈턴 사장은 “월드컵 스코어는 예측을 해야 하는 문제지만 IoT는 예측꺼리도 안 된다”며 “거의 100%의 확률로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IoT에 비해 AI의 현실화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겁니다. 약 45분간의 강연이 끝나고 15분여간 강성모 KAIST 총장과의 대담을 진행하던 중 강 총장이 “최근 인공지능 운영체제(OS)가 여자친구 역할을 하는 ‘그녀(Her)’라는 영화를 봤느냐”고 묻자 애슈턴 사장은 “호아킨 피닉스 영화 말이냐, 봤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영화가 흥미로웠고 개인적으로도 공상과학(SF)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면서도 “영화 제작자들이 지능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상당히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추천 알고리즘도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것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써 보면 성능이 나쁘다”고 했습니다.

대담 직후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애슈턴 사장은 “AI 분야에서는 상상과 현실의 갭이 존재하고 이를 메꾸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최근 열세 살 소년을 가장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슈퍼컴퓨터 ‘유진’을 아느냐”고 묻자 미간을 찌푸리며 “진정한 의미에서 AI의 발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딥 블루라는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적도 있지만 지능이란 그런 한두 분야에 특화된 스킬이 아니다”며 “지능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애슈턴 사장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체스를 잘 둔다고 지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냐”며 “우리가 대화를 하다가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체스를 두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이 모든 것의 총합이 지능인데 이를 구현한다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유진 구스트만’이 등장했을 때도 그가 13살 우크라이나 소년으로 가장한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긴 했습니다. 나이 때문에 “잘 모른다”고 대답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종종 연출됐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직 완벽한 ‘채팅봇’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하기 어려운 수준인 셈입니다.

애슈턴 사장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살고 있습니다. 18일 입국해 19일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에 참석하고, 20일 떠나는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대학에서는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가운데 ‘스칸디나비아학’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MI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나 스스로도 굉장히 특이한(weird) 진로를 밟아 온 것을 안다”며 “공부 분야는 폭넓게 바뀌었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만은 항상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대담에서 밝힌 대로 SF광이라고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SF 작가를 묻자 “로버트 A.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 H.G.웰스 등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은 정말 수작”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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