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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의사들은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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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산업부 기자)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그룹의 정례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삼성수요사장단회의가 끝난 뒤 열리는 브리핑이었습니다.

브리핑이 끝난 직 후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은 무척 바빠졌습니다. 브리핑에 참여한 수십여명의 기자에게 일일히 전화해 ‘일부’ 브리핑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기사화를 할 경우 꼭 ‘자문’이란 용어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일부’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날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건희 회장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다”며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이 호암상 시상식 등에 대해 병상에서 말씀드리면 쳐다보고 눈을 맞춘다”고 밝혔습니다.

또 “삼성병원 의료진만 치료하는 것은 아니고 외국의 실력있는 의료진과도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리핑 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위급 상황에 빠졌던 이 회장의 치료를 위해 외국에서 전문가를 불러오는 건 당연하다고 다들 느꼈으니까요.

그러나 “외국의 실력있는 의료진과 협조하고 있다”는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건 의료법 위반(무면허 진료)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서입니다. 또 정당한 취업비자를 받지 않고 국내에서 일하는 건 출입국관리법 위반도 될 수 있습니다. 삼성 측이 해명에 나선 건 이 때문이었습니다. 삼성 측은 “외국인 의사들은 자문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이날 일은 규제로 꽁꽁 묶인 국내 의료법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사람이 위급한 상황을 맞았고 외국에 명의가 있다 해도, 법을 지킨다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얘기니까요. 결국 이 회장이 조금 덜 위급했더라면 아마 해외에 나가 치료를 받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의사들도 중국에서 성형수술 등을 하다가 불법의료행위로 적발돼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의사도 국가간 운전면허 인정·교환 제도처럼 자격을 쉽게 인정해주는 제도를 만들어, 실력있는 명의들에게 국경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