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웬일인지 국민은행이 주최하는 대표적인 행사에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만 참석했죠. 예전 행사 때마다 당시 CEO였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이 함께 나섰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 행장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만큼 중요한 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국민은행 측의 공식 멘트는 “이 행장께서 다리가 불편하셔서 불참했다”는 것입니다. 이 행장이 왼쪽 다리를 다친 것은 사실이지만 거동도 못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행 출입기자라면 다 아는 데도 말이죠.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이 임 회장과 공식석상에 나란히 나타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라는 시각이 더 많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함께 중징계 통보를 받은 이 행장과 임 회장은 전산 교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행장이 행사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이 행장과 임 회장의 갈등 관계가 사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더 많습니다.
국민은행과 KB금융은 출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상황입니다. 두 CEO간 갈등이 있었다면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조직을 위한 길일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