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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루이비통보다 LV가 잘 팔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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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와 ‘에르메네질도 제냐’. 한번 소리내서 읽어보세요. 어느 쪽이 더 입에 착 달라붙나요?

중국 등 아시아 신흥부자들이 명품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업계가 뜻밖의 이름 고민에 빠졌습니다. 영어나 불어 등 라틴계 언어에 영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어려운 브랜드명을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별명이나 약칭을 만드는 겁니다. 루이비통은 중국에서 약자로 줄인 LV로 더 유명합니다. 돌체앤가바나는 같은 이유로 아예 D&G를 2011년 새 라인으로 독립시켰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려면 먼저 그 이름을 똑바로 외우게 하는 게 먼저라고 말합니다. 밀라노로 여행을 간 중국인 남자가 기념품으로 가방을 하나 사려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물론 매장에는 중국어 담당 통역도 있지만, 이 남자는 이탈리아식으로 혀를 꼬아 겨우 발음해야 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보다는 구찌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프록터앤갬블(P&G)이나 유니레버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지역 특성에 맞도록 이름을 잘 바꿉니다. 유니레버는 도브, 바세린 등으로, P&G는 페브리즈 질레트 오랄-비 등 개별 브랜드로 전략적인 마케팅을 펼치죠. 이름이 너무 길면 뒤를 싹둑 자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법이 명품 브랜드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명품 소비자들은 주로 브랜드의 전통과 가치를 소비하는 충성도 높은 엘리트인 경우가 많고, 전세계 어딜 가도 통하는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섣불리 바꿨다가 오히려 단골 고객마저 뺏기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예 그 나라 문자로 브랜드명을 바꿔쓰는 건 어떨까요.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영어를 한자로, 한글로 바꾸면 본래 의미를 잃고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BNP파리바의 브랜드 전략 담당자는 “브랜드 탄생 초기 3~5년간은 모든 에너지를 이름을 알리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글로벌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특정 지역 고객들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