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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대장' 오승환이 뛰는 고시엔구장 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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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지난 9~10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한신 고시엔구장에서는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퍼시픽리그 교류전이 열렸습니다. 이대호가 소속된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 활동하는 한신 타이거즈의 대결이었죠.

일본 프로야구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로 나뉘어 있어 두 선수가 맞대결하는 때는 교류전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두 경기를 보기 위해 고시엔구장을 찾았습니다.

고시엔구장은 1924년에 만들어져 올해로 개장 90주년을 맞은 일본 야구의 성지입니다. 우리에게 일명 "갑자원(甲子園·고시엔)"으로 불리는 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로 유명하지요. 한신 타이거즈의 모기업인 한신전차가 자사의 노선이 지나가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당을 사들여 주택가로 개발했는데 이때가 60갑자의 첫 번째인 갑자년(甲子年)이었기 때문에 '갑자원'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신 타이거즈의 본거지는 오사카지만 구장은 니시노미야시에 있답니다.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야구팬들의 한신 타이거즈 사랑은 일본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니치 드래곤스(나고야), 히로시마 도요 카프, 오릭스 버펄로스(오사카) 등이 있지만 한신이야말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간사이와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입니다. 1935년에 창단해 80년 역사를 갖고 있지요.

2012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가네모토 도모아키는 재일동포 선수로 1492경기 연속 무교체 출장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합니다.

올해 오승환 선수가 입단해 한국 야구팬들도 종종 고시엔구장을 찾고 있는데요, 여행 안내서에는 고시엔구장에 대해 잘 소개되지 않은 편입니다. 관광객들이 자주 묵는 우메다역에서 고베 방면으로 가는 전철을 타면 고시엔역에 내릴 수 있습니다.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는 특급이나 급행 전차가 그냥 지나치는 작은 역이지만 경기가 있는 날은 모든 전차가 고시엔역에 정차해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메다역에서 출발하는 고시엔특급을 타면 고시엔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 15분이면 도착합니다.

고시엔역에 도착하면 바로 야구장이 보입니다. 이곳에는 도시락과 응원용품을 파는 매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매일매일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구장 안 음료수나 간식은 다소 비싼 편이기 때문에 근처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들어가도 됩니다.

평일 입장요금은 1루 내야 안쪽 아이비석은 4500엔(약 4만5000원), 바깥쪽 알프스석은 2500엔이며 외야석은 1900엔입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은 알프스석과 외야석은 좌석에 등받이가 없고 앞뒤 좌우 간격이 매우 좁아 불편합니다. 자리에 앉으면 무릎이 앞사람 등에 닿을 정도입니다.

고시엔 구장에선 7회초가 끝나면 제트 풍선을 불어 하늘로 날리는데 수 만개의 풍선이 하늘을 뒤덮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구장 안팎에서 판매하니까 한 개쯤 사서 날려 보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지요.

한신 타이거즈가 승리하면 열성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선수 응원가를 부르면서 뒤풀이를 합니다. 한신 타이거즈에서만 22년을 뛰었던 재일동포 야구선수 히야마 신지로의 은퇴 경기 뒤엔 경찰이 나서 해산 경고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신 팬들의 열정은 뜨겁기로 유명한데요, 9회초 2아웃이 되면 “하나 남았다!” (あとひとつ!·아토 히토츠)를 외치는 소리로 구장이 울릴 정도입니다. 한국의 끝판대장 오승환을 향해 일본 야구팬들이 외치는 함성을 들으러 고시엔 구장을 방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