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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선거는 '유정복 승리 아닌 '송영길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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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편집국 선임기자) ‘6.4 지방선거’에서 행운의 사나이로 꼽히는 이가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입니다. 출마 초반 큰 지지율 격차를 이겨내고 승리를 안았기 때문이죠. 선거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특유의 돌파력에 대해 안전행정부 관계자들은 5일 “역시 유 장관님”이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새누리당의 인천시장 후보 차출을 받아들이고 안행부 장관직을 던진 것도 세월호 여파를 감안하면 결과론적으로 그에겐 행운으로 비춰집니다.

유 전 장관의 당선에 대해 그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 송영길 전 시장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 시정에 밝은 다수의 안행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송 전 시장은 송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LG전자 전기자동차 부문 등을 끌어오고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자도 활발하게 유치해 업무 측면에서 시청 내부는 물론 시민들로부터 나름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유 당선자는 유권자들의 눈길을 확 끌 만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할 때 유 전 장관이 이길 수밖에 없었던 요인보다는 송 전 시장을 패배로 이끈 원인을 따져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안행부 관계자들의 얘깁니다.

송 전 시장의 패인으로는 인천시 인사 등을 농단하면서 인천시 공무원들과 송 전 시장을 척지게 만든 3적이 꼽히고 있습니다.

첫번째 적은 민간건설업체로부터 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1월 징역 7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5억원을 받은 김효석 전 비서실장입니다. 김 전 실장은 송 전 시장의 고교동창이기도 합니다.

두번째 적은 송 전 시장 비서관 출신인 서해동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입니다.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달 20일 “인천지검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경찰이 신청한 서해동 전 인천시 평가조정담당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지난 19일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는데, 서 담당관은 2011년에서 2013년까지 인천시가 3차례 시행한 시정 만족도 시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송 시장의 재선 지지도와 후보 적합도 등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내용을 물어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번째 적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13명의 송 전 시장 특보단입니다.

이른바 이들 ‘3적’은 인사는 물론 송 전 시장의 공적·사적 행사를 자신들이 주도하며 공무원들을 배제해 인천시 공무원들이 송 전 시장으로부터 등을 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인천의 경우 시청 공무원들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안티 송영길’ 분위기가 급속하게 팽창했다는 분석입니다.

송 전 시장을 이긴 유 당선자도 ‘취임 직후부터 머리가 아플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올해 리볼빙(만기 연장)해야 하는 인천도시공사 부채는 2조2000억원대여서 하루 이자만 18억원이 나간다고 하네요.

이 부채는 중앙 정부 지원이 아닌 인천시 소유 땅을 팔아서 갚아야 하는 만큼 인천지역 부동산 시장에 특별한 호재가 생기지 않는한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안행부 관계자는 “유 당선자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은 송 전 시장을 이긴 직후인 오늘 정도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