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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환자의 갈증 풀어주던 '고쿠(極) 제로' 맥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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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정환 특파원)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분)가 즐겨먹었던 치맥(치킨과 맥주). 중국에서도 열풍이라고 하지만 통풍에 걸린 사람들은 재발 부담을 안고 도전해야 하는 음식입니다. 맥주와 치킨에 들어 있는 퓨린 성분 때문인데요. 일본 삿포로맥주가 세계 최초로 ‘퓨린 0%’를 내세우며 지난해 6월 출시한 ‘고쿠(極) 제로’ 맥주 판매를 세금문제 때문에 중단한다고 4일 발표했습니다.

고쿠 제로는 지난해 6~12월 358만 상자(500㎖짜리 20병)가 팔리면서 일본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 맥주시장이 2003년 5억1344만상자에서 지난해 4억3357만상자로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히트상품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알콜 도수는 4도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일반 맥주의 알콜도수(4~5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맥아 비율이 66.7% 이상인 일반 맥주와 달리 맥아를 쓰지 않고 콩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해 ‘제3의 맥주’로 불린 상품입니다. 일본 맥주는 맥아 비율에 따라 ‘맥주’와 ‘발포주’, ‘제3의 맥주’로 구분됩니다. 고쿠 제로는 세금도 일반 맥주의 4분의1 수준이어서 소비자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발목을 잡아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삿포로맥주는 지난 1월 세무당국으로부터 ‘고쿠 제로’의 제조법에 대한 조회를 요구받아 사내에서 세법 해석에 대한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삿포로맥주는 “우리는 이렇게(제3의 맥주) 인식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팔기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삿포로는 결국 제조법을 바꾸고 가격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삿포로맥주는 “고쿠 제로가 제3의 맥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세의 차액을 추가 납부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6억엔의 추가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풍 환자의 갈증을 풀어주던 ‘제3의 맥주’ 고쿠 제로는 종말을 고하고 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