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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 공덕동 사옥이 안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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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 금융부 기자) 준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오는 9월 대구로 본사를 이전합니다. 지금 대구에 들어설 신사옥 공사가 한창입니다. 동시에 서울 공덕동 사옥은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매물로 내놓았죠.

그런데 이 공덕동 사옥이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건물 감정가는 약 1000억원. 부동산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그래도 공덕동은 교통 요충지이고, 신보 사옥은 지하철 5·6호선과 공항철도가 지나는 공덕역 출구에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진 입지입니다. 하지만 이 건물은 수 차례 유찰되고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하네요.

신보 직원들은 사옥이 안 팔리는 이유가 건물 내부에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읍니다. 겉모습과는 달리 우중충한 조명과 오래된 배관시설이 대형 오피스 건물답지 않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1980년대 중반 완공된 이 건물은 원래 오피스 건물이 아니라 호텔로 지어졌다네요. 그러다 보니 층고도 낮고 공간 이용이 비효율적입니다. 엘리베이터 앞의 공간과 복도가 너무 넓고, 정작 복도 양쪽의 사무실 면적은 작습니다. 말하자면 ‘전용률’이 떨어지는 거죠. 이런 건물을 1000억원을 들여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10년 전에 추산했던 사옥 리모델링 비용은 200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신보는 그 많은 건물 중에 이 곳으로 들어왔을까요? 당시 서울역 앞 대우증권 빌딩(현 서울스퀘어)에 세들어 살던 신보는 “우리도 자체 사옥을 가져야겠다”며 여의도에 있는 건물들을 물색하고 있었다 합니다.

동시에 현재의 신보 사옥을 지은 업체는 결국 호텔업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건물을 내놨다고 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에게 건물을 팔아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있네요. 평소 친분이 있던 이에게 부탁을 받은 전경환 씨가 신보에 이곳으로 들어오라고 압력을 넣으면서 들어왔다는 겁니다.

물론 신보는 별도 비용으로 대구 사옥을 짓고 있어서 때 맞춰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팔 건물은 얼른 팔아야 홀가분하겠죠. 신보 공덕동 사옥은 언제쯤 팔릴까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11.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