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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세종청사는 물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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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 복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오늘 아침 물을 한바가지 맞고 출근했습니다. 복지부 건물인 세종청사 10동 입구 천장에서 비가 새 물이 뚝뚝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라 누구나 꼭 지나가는 통로인 만큼 공무원들과 민원인 수백명이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이날 물바다가 된 곳은 입구 뿐만이 아닙니다. 복지부 2층 체력단련실, 3층 복도, 5층 일반사무실 등 이곳저곳 천장에서 물이 쏟아졌습니다. 비가 새는 곳 아래엔 휴지통이나 대야를 임시방편으로 받쳐놓았고요. 복지부의 한 사무관은 “이게 뭔 물바다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은 걸레와 신문지 등으로 빗물을 닦아내느라 잠시 일손을 놓아야했습니다.

복지부 건물 10동은 완공된지 다섯 달밖에 되지 않은 새 건물입니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처마 틈을 메워놓은 실리콘이 벗겨진 것 같다”며 “비가 새는 부분은 시공사에 요청해 보수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세종청사에서 비가 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월에도 청사 곳곳 천장에서 비가 콸콸 쏟아졌습니다. ‘마른 하늘에 물벼락’이 떨어졌던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건물의 장관실 천장에서 갑자기 물이 떨어져 비서실이 몽땅 사무집기를 싸들고 옆방으로 대피한 사건인데요. 기획재정부 건물 4층과 공정거래위원회 건물 3층 천장에서도 난데없이 물이 쏟아진 적도 있었지요.

한 공무원은 “문을 연지 5개월밖에 안 된 정부청사 이곳저곳에서 비가 샌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공사를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세종청사는 각 부처의 모든 건물이 연결돼 있습니다. 꿈틀거리는 용의 형상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러운 건축미가 뻬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세종청사를 설계한 건축가는 “동양의 나즈막한 산등성이의 곡선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자연을 본딴 건축설계로 공무원들이 일하면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는데요.

아무리 자연이 좋다지만 빗물까지 맞아가며 일해야 하는 ‘자연청사’는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