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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이 시공사 모시는 비결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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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일 건설부동산부 기자) 건설사들이 수도권 주택경기 침체로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소극적입니다. 조합이 시공사를 찾아나서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콧대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서초동 변호사 회관 지하 강당에서는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마련한 ‘정비사업 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강좌의 주제는 시공사 선정이었습니다. 정비업체인 플랜씨엠의 이원성 대표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준비사항과 유의점에 대해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절차상의 유의점보다는 ‘어떻게 해야 건설사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5, 6년 전만 해도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를 위해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심지어 전기밥솥 프라이팬 등 상품 제공도 불사했지만 지금은 갑·을 관계가 바뀌었습니다.

중견 건설사조차 △현금청산자가 많은 곳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발한 곳 △까다로운 인허가 조건을 요구받는 사업장 △시공사 선정 전 과도한 지출을 한 곳 등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건설사들은 1년 안에 착공하는 현장을 원한다”며 “인허가 상황 뿐만 아니라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얼마나 사업에 협조하는 지도 유심히 살펴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2012년 대한주택보증의 정비사업 대출 출시 이후에는 건설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도 꺼리고 이 상품 이용을 원하기 때문에 사전에 조건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표는 또 건설사가 일반분양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동시에 이득을 챙겨가는 ‘지분제’와 단순 시공만 하는 ‘도급제’ 방식에 대해 “리스크를 줄이려고 조합에 미분양 대책비용을 요구하는 건설사도 나올 정도”라며 “지분제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박았습니다.

게다가 부동산 호황기에 만들어진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고시한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경쟁입찰의 경우 다섯 개 이상 시공사의 참여를 요구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요즘은 일부 사업성이 좋은 현장을 제외하고는 두세 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죠. 건설사 내부적으로도 손해만 안 나면 ‘양질’의 현장으로 취급할 정도니까요.

이 대표는 조합장들에게 “현실적으로 경쟁입찰은 어렵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세 번 이상 유찰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도 주민들이 낮은 비용으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야 할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