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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친구"도 고발하는 네거티브 선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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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정치부 기자) 6·4 지방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 간 상호비방과 가족을 포함한 인신공격성 네거티브전(戰)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조용한 선거를 치르자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는 새누리당이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부인의 ‘성형설’을 제기했습니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8일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의 재산 상태를 보면 8억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데 어떻게 부인이 성형을 받았을까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박 후보 부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된 것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입니다. 박 후보 측은 “상대 후보 가족의 개인적인 일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라는 반응입니다.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가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의 제주도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후보는 남 후보가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일대 과수원을 매입해 농지개혁법과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남 후보는 토지 매입이 잘못된 일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과거 언론을 통해 해당 토지를 서귀포시에 기부체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김 후보가 해묵은 일을 꺼내 공격한다고 맞섰습니다.

서병수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는 경쟁자인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오 후보는 서 후보 측근들이 원전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며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은 충북입니다.

충북지사 선거가 시작됐을 때 청주고 동기동창인 윤진식 새누리당 후보와 이시종 새정치연합 후보는 서로를 "50년 지기(知己)"라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는 청와대 금융비서관 시절 IMF 사태가 터지도록 방치했다”며 친일파 이완용에 윤 후보를 빗대 공격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무식한 도지사”라고 지칭하며 막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두 후보간 감정 싸움은 급기야 검찰 고발로까지 번졌습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토론회에서 제2경부고속도로가 충북을 거치지 않아 (충북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상대를 낙선시킬 목적의 허위 사실 유포”라며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 측은 “지금과 같은 인신공격성 흑색선전과 허위사실 유포를 계속하면 우리도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50년 우정도 권력욕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다”, “차라리 친구 사이라는 것을 밝히지나 말지 유권자들에게 정치 혐오증만 불러일으킨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