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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사 신설 움직임에도 코리안리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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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대개 특정한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는 건 기존 사업자에는 안 좋은 소식입니다.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일정 부분 내줄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영업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경쟁이 생기게 돼서지요. 일반적인 경우 수익성 악화와 시장점유율 하락이 이어집니다.

여기 조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자이자 경쟁자가 생길 예정인데도 남 몰래 웃고 있는 금융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코리안리재보험입니다.

코리안리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보험회사입니다. 재보험이란 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이 불의의 사고로 입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 보험이라면, 재보험은 보험사의 보상책임을 분담해주는 것이지요.

국내 재보험시장은 약 14조원 규모입니다. 1997년 4월 완전 자유화돼 해외 재보험사들이 이미 국내에 꽤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코리안리가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독과점 시장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재보험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규 재보험사 설립 움직임도 본격화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초대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김기홍 팬아시아컨설팅 대표가 주도해 팬아시안리라는 이름으로 제2의 재보험사 설립을 추진한 것이지요. 지난 2월부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습니다.

당초 올 1분기에 금융당국에 예비인가 설립을 신청하고 연내 출범을 목표로 했지만, 자금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지요. 금융지주회사 등을 대상으로 자금 투자를 받으려고 했지만 불확실한 사업성에 다들 난색을 표했다고 합니다.

결국 주요 투자자로 이름이 거론되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참여하지 않고 개인투자자 위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만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래 자금 유치 목표는 3000억원이었죠. 사실 이마저도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한 재보험사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 1월에 대부분의 보험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 체결해야 하는데 그 전에 모든 설립 작업을 마치고 영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설립 추진 자체가 동력을 잃을 것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제2 재보험사 설립은 2000년대 들어 다섯 차례나 시도됐지만 사업성, 자본유치 등의 이유로 모두 무산됐습니다.

이와 관련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재보험은 계약당 금액이 워낙 커서 한 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 때문에 오래도록 고객과 네트워크를 유지해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고, 축적된 고급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이라고 수없이 강조하고 다녔지요. 신규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십 수년 내 입지를 구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제2 재보험사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코리안리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 ‘신임 원 사장의 리더십이 평가받을 시점이다’ 등 많은 얘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2 재보험사 설립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오히려 코리안리의 주가는 슬금슬금 오르고, 증권업계에서는 코리안리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규 사업자의 진출 움직임이 오히려 코리안리의 시장 입지와 역량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재보험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 지도 여전히 관심사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