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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죤은 언제 탈출구 찾으려나...3년새 매출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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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생활경제부 기자) 이른바 ‘청부폭행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피죤이 실적 악화의 수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이 회사는 제품을 전면 개편하고 할인행사에도 다시 나서는 등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힘에 부쳐보이는 모습인데요.

2010년 1436억원에 달했던 피죤의 매출은 이윤재 회장의 청부폭행 파문이 터진 2011년 923억원, 2012년 84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747억원까지 줄었습니다. 회사 외형이 3년 만에 반토막 나 1990년대 말 수준으로 되돌아간 겁니다.

한 대형 마트에 따르면 피죤의 섬유유연제 분야 점유율은 2010년 42.5%로 1위였지만 2011년 23.8%, 2012년 15.5%, 지난해 14.8%로 떨어졌습니다. 올 1분기 피죤은 10.8%로 4위까지 밀렸습니다. LG생활건강(샤프란)과 한국P&G(다우니)는 각각 31.7%, 옥시레킷벤키저(쉐리)는 13.2%를 차지했습니다.

이 대형마트의 상품기획자(MD)는 “피죤의 점유율이 휘청이는 틈을 외국계인 P&G와 옥시가 파고들어 시장구도가 재편됐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1978년 국내 첫 섬유유연제 브랜드로 탄생한 피죤은 2010년만 해도 외국계와 대기업의 공세에도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켰던 ‘강소 토종업체’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청부폭행 파문 이후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유명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선 판촉행사를 완전 중단하면서 최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고 하네요. 이 업체 바이어는 “피죤이 판매가 급감하자 마케팅 지출을 끊었고, 판촉행사가 없어지니 점유율은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피죤은 지난해 지점 폐쇄, 희망퇴직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노조와의 갈등까지 불거진 상태입니다.

올들어 피죤은 ‘피죤’ ‘액츠’ ‘드릴펑’ 등 간판 상품을 고급 콘셉트로 전면 리뉴얼(새단장)했습니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할인, 증정 등의 행사도 재개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다소나마 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생활용품 시장은 판촉행사 여부에 따라 판매실적이 급변하는 만큼 피죤이 영업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하느냐가 재기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낸 전직 임원을 폭력배를 시켜 폭행한 혐의로 2011년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이듬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했습니다. 올 초 시무식에 참석해 ‘경영 복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회사 측은 “절대 아니다”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최근 피죤의 상황에 대해 이 회사 대표이사이자 이 회장의 딸인 이주연 부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했지만 그는 매번 거절했습니다. 주변 인사들은 “청부폭행 파문 당시 언론과 여론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서”라고 하더군요.

순식간에 인터넷 상에서 ‘악덕 기업’으로 매도당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3년 동안 악재가 줄줄이 터질 때마다 오히려 소통의 문을 꽁꽁 닫아버리는 피죤의 대응 방식이 기업 이미지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1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