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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를 개척한 이는 "도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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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 문화스포츠부 기자) 일본 교토는 한국의 고도 경주와 비슷한 곳입니다. 수많은 사찰과 신사는 하루 이틀 만에 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요. 저도 여름 휴가 때 교토와 나라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을 다닐 계획인데요, 3년 전에 한 번 찾은 곳이지만 그땐 맛보기에 불과했다 생각해 다시 찾기로 했습니다.

여행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나왔습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장)가 최근 쓴《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입니다.

유 교수는 책머리에서 “(교토 답사의)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복잡한 수학 문제를 인수분해와 방정식을 동원하여 푸는 것과 같다”며 “사찰과 신사라는 공통인수에 역사라는 시간이 개입되면 미적분을 동원하지 않고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000년 고도를 ‘꼭 가봐야 할 곳’만 돌아서는 역사적 흐름을 얻을 수 없고, 무작정 시대순으로만 찾는다면 지리적 개념 안에서 길을 잃는단 뜻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교토가 삼국시대에 일본 열도로 넘어간 도래인(渡來人)과 그 후손들이 개척한 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하타씨(秦氏)는 5세기 후반 한반도에서 건너온 집단이며, 교토 가쓰라강에 제방을 쌓아 농지를 개척해 고대 교토를 형성하는 데 최대 공로자라고 합니다.

유 교수는 이들이 같은 성씨를 쓴 이유에 대해 “한 집단이 씨족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중국 옛 나라 이름을 썼다”고 설명합니다. 하타씨가 썼던 진(秦)이란 성씨는 진나라 진입니다. 이 하타씨들은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해 교토 전역으로 집단을 이루며 널리 퍼져나갔습니다. 하타씨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진하승(秦河勝)으로 6~7세기에 쇼토쿠 태자를 보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본 국보 제1호인 목조미륵보살반가상이 모셔진 고류지(廣隆寺)를 지은 사람입니다.

유 교수는 말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진하승을 모른다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 미국의 케네디가 아일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미국의 카네기가 스코틀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은 셈이다”라고.

하지만 이민 후 150년이 지난 진하승을 여전히 한반도 도래인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케네디가 아일랜드 사람이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카네기를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한민족 이민사의 위대한 성공사례로 보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이지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돌아본다면 바라보는 유적들이 한층 더 깊이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간사이 지방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에게 추천합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