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 논란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임근호 IT과학부 기자)지난 14일 정부가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국산화’ 계획을 발표하고 난 뒤 인터넷 커뮤니티가 떠들썩 했다.

“인텔도 모바일에선 ARM에 밀려 죽을 쑤고 있는데 350억원 갖고 무슨 수로 모바일 CPU를 국산화하느냐”는 말부터 “신성장동력이란 미명하에 국민의 혈세를 또 낭비하는 짓”이라는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동안 정부가 근시안적으로 일을 추진했다가 흐지부지 됐던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이런 반응도 무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본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같은 게임을 한국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로 이슈가 된 ‘한국형 닌텐도’ 개발 움직임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내용을 잘 모르면서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와 관련된 논란도 약간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스마트폰용 고성능 CPU 개발하려는 것 아냐”

정부의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 계획은 앞으로 5년간 350억원을 투자해(정부 250억원, 민간 100억원) 스마트안경, 스마트시계, 사물인터넷(IoT), 로봇청소기 등에 쓰일 수 있는 중급 CPU를 국산화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박용민 산업통상자원부 전자부품과 서기관은 “발표가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CPU를 대체하는 계획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그런 고성능의 모바일 CPU가 아니라 중간 성능의 CPU를 개발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스마트TV 등에 들어가는 CPU는 동작속도가 1기가헤르츠(㎓) 이상이고 코어가 2개 이상 들어가는 고성능 칩이다. 반면 스마트시계, IoT, 로봇청소기 등에 들어가는 중급 CPU는 동작 속도 100메가헤르츠(㎒)에서 1기가헤르츠(㎓) 사이면 된다.

박 서기관은 “앞으로 IoT 시대가 열리면 인터넷과 연결된 장난감, 청소기, 시계, 팔찌 등등 중소기업이 참여해 만들 수 있는 분야가 많아진다”며 “그런데 이런 제품에다 비싼 라이센스료를 내고 고성능칩을 쓰기에는 중소기업들에 부담이 커 국산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 정도의 성능을 내는 CPU는 이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KAIST, 전자부품연구원(KETI), 중소기업인 에이디칩스를 통해 개발되어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박 서기관은 “이미 개발되어 있는 이 4개의 칩 중에서 하나를 골라 더 발전시켜 상용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물론 칩을 구동하기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운영체제(OS)와의 호환도 신경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화 성공 여부 생태계 조성에 달려”

물론 정부 측 말만을 듣고 판단할 수는 없는 만큼 박인철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의 얘기도 들어봤다. 그는 2011년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진 모바일 CPU 코어인 ‘코어A’를 개발했다. 이번 정부의 모바일 CPU 코어 국산화 사업의이 적용 될 4개 후보칩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만약 350억원을 들여 스마트폰용 CPU를 개발한다는 얘기라면 터무니 없는 일이 맞지만, 다른 용도의 칩이라면 국산화가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들어가는 칩도 다 모바일 CPU이기 때문에 범위를 꼭 스마트폰에만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자동차 내 전자장치를 제어하는 칩도 크게 보면 모바일 CPU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칩 자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칩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힘을 들여 칩을 국산화했다고 하더라도 이 칩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쓰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호환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인텔이 ARM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럼에도 ARM이 모바일 칩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장을 선점하며 ARM 생태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CPU 코어란?

데스크톱 PC는 공간이 넓기 때문에 CPU가 크고 메인보드에 혼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나 D램(RAM) 등을 꽂을 수 있는 공간도 많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작기 때문에 CPU 따로, 통신칩 따로, D램 따로 집어넣지 못한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하나 칩으로 구성하는 데 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라고 하고, 모바일 CPU 코어는 이 안에 한 구성 부품으로 들어간다. 데스크톱PC와 마찬가지로 CPU 코어가 AP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같다.

현재 이 모바일 CPU 코어 대부분은 영국 ARM사의 설계 기술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애플은 ‘A’, 퀄컴은 ‘스냅드래곤’이란 브랜드로 모바일 AP를 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CPU 코어는 모두 ARM의 코텍스(Cotex) 칩을 라이센스 받아 쓰고 있다.

지난해 ARM은 매출 7억1460만파운드(약 1조2500억원) 영업이익 3억5090만파운드(약 614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4%와 32% 늘어난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이 모바일 CPU 로열티로 지불하는 금액이 2003년 약 1800억원에서 2012년 약 3500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약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