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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가 화장품 회사를 인수한다?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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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생활경제부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의 강자 이랜드그룹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뒤 증시에서 ‘수혜주’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가 뜻대로 되지 않아 고민 중인 코리아나화장품이 이랜드에 인수될 것이란 루머가 퍼져 최근 상한가를 기록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에이블씨엔씨 등 다른 화장품주도 이랜드의 인수 추진 후보로 지목돼 설왕설래 중입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최근 제주에서 열린 이랜드 기자간담회에서 박성경 부회장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오래 전부터 검토해 왔다”며 “좋은 매물이 있다면 M&A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겁니다.

그런데, 이랜드 M&A설을 믿고 지금 화장품 업체에 투자하는 건 ‘괜찮은 베팅’일까요? 이랜드 측은 화장품 업체 인수설에 대해 “장기적이고 원론적인 관점에서 검토한다는 것일 뿐 당장 진행 중인 건 전혀 없다”고 펄쩍 뜁니다. 과대 해석됐다는 것인데요.

이랜드 출입기자인 제 입장에서도 당시 박 부회장 화장품 발언의 ‘전후맥락’을 되짚어 보면 “글쎄…”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이 행사는 이랜드가 제주도에 문을 연 새 호텔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기자들과 이런저런 보충 문답이 오가는 과정에서 ‘툭 던진’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이랜드가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진작에 가능했다는 판단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인수 협상을 벌이다 엎어진 코리아나화장품처럼 ‘공개된 딜’ 외에도 중견 화장품 M&A 매물이 적지 않게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중견 화장품 N사는 매물로 나온 지 2년이 넘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E사도 대주주가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최근 몇년 새 시장 경쟁구도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라는 두 대기업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오랫동안 영업력을 쌓아온 중견업체 상당수가 매출 감소와 이익 하락의 ‘덫’에 빠져 있죠. 이랜드 뿐 아니라 사모펀드들이 봐도 매력 있는 M&A 매물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박 부회장의 짤막한 발언에서 생겨난 ‘M&A 수혜주’에 대해 개미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업체 중 이랜드가 실제 인수하는 곳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막연한 기대만 갖고 단기 투자에 나서서는 안될 것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0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