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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클보스 형제와 래리 서머스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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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종 IT과학부 기자 )한국경제신문 15일자 A17면에 윙클보스 형제 독점 인터뷰가 나갔습니다. 지면 부족으로 싣지 못했던 흥미로운 얘기들을 해보겠습니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 창업 과정을 그린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법정 공방을 벌였던 쌍둥이 형제입니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원형이 된 SNS ‘하버드 커넥션’의 창업 아이디어를 내고 저커버그와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형제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비슷한 개념의 페이스북을 먼저 만들었죠. 형제가 페이스북 저작권을 두고 저커버그와 7년간 소송을 벌였던 이유입니다.

저커버그는 결국 윙클보스 형제에게 현금 2000만 달러와 4500만 달러 상당의 페이스북 주식을 주고 합의했습니다. 이후 페이스북은 거침없이 성장해 시가총액 161조원의 기업이 됐습니다. 형제가 받은 주식 가치도 수천억원으로 뛰었죠.

형제에게 "페이스북 주식을 받았으니 페이스북을 싫어하면서도 주가는 오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형제는 웃으면서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꺼렸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래리 서머스가 탈락하고 재닛 얠런이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서머스가 하버드대 총장이던 시절 윙클보스 형제는 저커버그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며 학내 절도는 퇴학 사유라고 서머스에게 청원했습니다.

그런데 서머스는 이들의 말을 무시했고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들 형제를 "오후에도 학교에서 양복 빼입고 다니는 재수 없는 족속"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 질문에 형제는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대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머스는 지난해 국회에서 만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도 악연이 있습니다. 삭스 교수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미국 경제학계 ‘3대 천재’로 꼽힙니다. 특히 삭스 교수는 서머스와 오랜 라이벌입니다. 하버드 최연소 정교수 타이틀을 가진 삭스 교수는 하버드 최연소 종신교수인 서머스와 여러 면에서 부딪혔고 결국 서머스와의 불화로 2002년 컬럼비아대로 옮겼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윙클보스 형제에게 했던 동일한 질문에서 그는 “재닛 얠런은 내 스승이자 청렴한 학자”라며 “Fed 의장 직무를 훌륭히 소화할 것”이라고 에둘러 말한 바 있습니다.

형제에게 영국 우주항공 업체 ‘버진캘럭틱’에서 비트코인으로 우주여행 티켓을 산 것과 관련, 언제 여행을 떠나는지 물었습니다.

형제는 “자신들의 순번이 각각 700번과 701번”이라며 “앞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여행을 끝내는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겠느냐’는 제 농담에 형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건 당시 지구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농담으로 응수했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