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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험료 올린 '퍼스트 펭귄'이 살아남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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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금융부 기자) ‘퍼스트 펭귄(최초의 펭귄)’이란 말 들어보셨죠. 머뭇거리는 다른 펭귄들에 앞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과감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최근 자동차보험 시장의 퍼스트 펭귄으로 불리는 손해보험사가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손보사인 더케이손해보험입니다. 거둬들인 자동차보험료에 비해 가입자들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자꾸 많아지면서 손보사들은 수익구조 악화에 울상입니다. 보험료를 올리고 싶지만, 서민물가 안정을 이유로 눈 부릅뜨고 있는 금융당국 눈치가 보여서 손보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 바로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가장 먼저 올리고 나선 곳이 더케이손보입니다. 지난달 보험료를 3.4% 올렸거든요.

사실 더케이손보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더케이손보는 다른 손보사처럼 암보험, 실손의료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지 않아 상황이 더욱 심각했거든요. 대형사처럼 자동차보험 적자를 다른 상품에서 메우기 어려워서지요. 어쩔 수 없이 보험료를 올린 영향이 크지만 매출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자동차보험은 손보사마다 별다른 특징이 없어서 가격 민감도가 높습니다. 조금만 보험료가 비싸져도 냉큼 다른 손보사 상품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많거든요.

가장 처음 보험료 인상을 단행하다 보니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소문이 나면 기존 가입자들이 다시 재계약하지 않고 다른 손보사로 넘어갈까 노심초사한 것이지요.

보험료를 올린 지 한달. 기자를 만난 문경모 더케이손보 사장의 표정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형사들이 10% 이상 업무용,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다 보니 3.4%라는 숫자가 확 묻혔어요. 사실 소비자들이 업무용, 영업용, 개인용 등 자동차보험 종류를 세분화해서 기사를 읽는 건 아니거든요.”

사실 그렇습니다. 영업용 자동차는 택시, 버스, 렌터카, 이사 화물차, 택배차량 등 운행으로 수익을 얻는 차량을 말하고 업무용 자동차는 개인용과 영업용을 제외한 법인 차량을 말합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 대형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는 못 올리고, 이런 영업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5%까지 인상했거든요.

‘삼성화재는 업무용과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3.8%, 14.5% 인상했다’ 식의 기사들이 쏟아지자 3.4%라는 더케이손보의 보험료 인상 폭이 그대로 묻혀 버린 거지요.

문 사장은 실제 이탈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도 이런 일종의 ‘물타기’ 덕분이라고 말하네요.

문 사장의 얘기를 듣고 보니 앞으로는 뭔가 더 소비자 지향적으로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