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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장관의 앞뒤 안맞는 관피아 척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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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경제부 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와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합성어)’의 적폐(積弊·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가 드러나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 일환으로 관피아 일소(一掃)를 선언했습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관피아 척결에 동참했나 봅니다.

윤 장관은 한 언론과의 지난 7일자 인터뷰에서 “기존 협회, 산하단체를 최대한 활용하고 새로운 기관 설립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협회·단체 숫자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관피아 척결 요구는 시대적 흐름이며 국민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장관의 말인즉 협회와 단체를 새로 만들고 거기에 관료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이사, 부회장, 이사장 등으로 앉히는 과거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을 타고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의 임원들로 내려갔고, 그런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은 세월호의 무리한 구조변경과 출항을 눈감아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윤 장관이 내세운 관피아 척결론의 시점과 진정성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약 한 달 전에 윤 장관은 산업부 내 국장단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보직이동 인사였는데 N국장이 자리를 받지 못해 퇴임했습니다. 그가 새로 둥지를 튼 곳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였습니다. 임기 3년의 상근 부회장직이었습니다. 공무원 정년 퇴임(만 60세)을 3년 앞두고 그만둔 그로서는 협회에서 부회장직을 연임까지 할 경우 공직에서 못 채운 정년 이상을 보상받는 셈이죠.

세월호 참사 발생 1주일 뒤인 지난달 23일엔 한국사무기기산업협회가 창립식을 가졌습니다. 산업부에 등록해 있는 기존 700여개의 협회, 단체 외에 또 한 개가 늘어났습니다. 이 협회는 올 하반기에 산업부 관료 출신을 영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사권자인 윤 장관이 N국장의 낙하산 타기를 몰랐을까요? 사무기기산업협회 창립식 소식은요. N국장이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옮긴 것은 당시 일부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사무기기산업협회 창립식에는 산업부의 담당 사무관이 참석했습니다.

윤 장관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본인도 최근까지 관피아 적폐에 일조한 것입니다. 협회·단체 숫자를 늘려서는 안되고, 관피아는 척결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한 그의 말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나자 ‘관피아 척결’이라는 대통령의 마차에 슬그머니 올라탄 모양새가 됩니다.

윤 장관의 관피아 척결론은 ‘내가 언론을 통해 관피아 척결을 말한 이후부터 낙하산 인사 절대 금지, 협회·단체 늘리기 절대 금지’라고 재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