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현 NH농협손해보험 사장이 최근 기자를 만나 편하게 한 말입니다. 2년 임기를 모두 채운 김 사장은 최근 임기 연장으로 올 3월부터 1년간 농협손보를 더 이끌게 됐습니다.
김 사장은 고민이 많습니다. 계열사인 NH농협생명보험은 무섭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농협손보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지요. 농협손보는 손해보험업계 시장점유율이 3%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농협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설이 흘러나옵니다. 농협손보는 2012년 출범 당시 금융당국에서 손해보험업계 진출을 허가 받았지만 자동차보험 분야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들의 이해관계가 철저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농협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에 대한 반발이 심했단 얘기입니다. 지금도 경쟁 심화와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구조가 나쁜 데 새로운 손보사까지 신규로 시장에 진입해선 좋을 게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농협손보는 출범 이후 5년간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금융당국과 손보업계와 암묵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사장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입니다. 손보사가 자동차보험을 하지 않는 건 상당히 많은 영업 확대 가능성을 포기하는 셈이거든요.
자동차보험 자체로는 적자 구조에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아도 자동차보험을 계기로 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을 판매하기로 하고, 또 보험사의 인지도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농협손보가 농협중앙회에서 전산시스템을 때로 떼어내 신 시스템을 마련하면서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많았습니다.
김 사장은 고개를 내두릅니다. “손보사 사장들을 만나면 늘 얘기해요. 이렇게 자동차보험 적자도 심한데, 제가 희생양이 돼서 적자를 좀 같이 떠안아드리겠습니다. 시장 진출을 좀 용인해 달라고 애둘러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장들은 냉큼 고개를 돌립니다. ‘제 임기 중에는 이러지 맙시다’라면서요.”
손보사들이 농협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을 이렇게 경계하는 건 전국 각지에 있는 수천개의 지점 때문입니다. 농협은행은 1000여개가 훨씬 웃도는 지점을 기반으로 수도권 뿐만이 아닌 전국 각지에 자리를 다져놨습니다. 지역 단위 농협까지 합치면 농협손보의 판매 채널은 무한대로 넓어지는 셈입니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지역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을 팔기 시작하면 기존 손보사들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은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스갯소리를 섞어 김 사장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제게 꿈이 하나 있다면, 단언컨대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