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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구멍 지도로 범인 잡는다...한양대 연구진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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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땀구멍 지도

(박재민 지식사회부 기자)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에 매번 등장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큰 흔적이 남지 않은 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지문을 채취하는 수사대의 모습입니다. 수사관들은 지문이 남은 자리에 탄소 가루나 알루니늄 가루를 뿌려 표본을 수집합니다. 이 표본을 ‘잠재지문’이라고 합니다.

지문 자국은 우리 몸에 있는 단백질, 피지, 땀이 손가락 끝에 있는 선을 따라 몸 밖으로 분출돼 나와 생기는데, 그 선을 ‘융선(隆線)’이라고 합니다. 지문이 남은 자리에 가루를 뿌리고 붓으로 털어내면 융선 자국에만 가루가 남아 지문을 확인할 수 있죠.

한 장소에서 수집한 잠재지문으로 완벽한 지문을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복원 과정에서 지문 자국에 많은 손상이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가루를 뿌리고 붓으로 털어내는 과정에서 융선 자국이 훼손되기도 하죠. 여러 잠재지문이 합쳐져야 온전한 지문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문 채취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김종만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손 끝에 있는 ‘땀구멍’을 이용해 지문을 복원하는 방법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이 온라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지난달 29일 실렸습니다.

연구팀이 밝힌 기술은 매우 적은 양의 수분에도 반응할 수 있는 ‘수변색(水變色) 고분자 물질’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수변색 고분자 물질은 물과 만나면 색이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연구팀은 수변색 물질이 포함된 특수 필름을 개발했습니다. 손 끝에서 나오는 땀이 필름에 닿으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파란색 필름 위에 빨간색으로 땀구멍 패턴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손 끝에는 융선을 따라 형성된 지문처럼 땀구멍 분포 패턴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땀구멍 모양이 다른데 연구팀은 이를 ‘땀구멍 지도’라고 부릅니다. 사람마다 땀구멍 지도가 다르기 때문에 지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죠.

땀으로 배출된 체액에 필름을 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가루를 뿌리고 붓으로 털어내는 기존 방식보다 지문 흔적이 망가질 가능성이 적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수사대의 작업도 간편해지고 지문 복원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죠.

김 교수는 “땀구멍 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면 범죄수사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학 분야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수사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도 덧붙였지요.

다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지문 데이터베이스처럼 땀구멍 데이터베이스가 확보돼야 합니다. ‘담구멍 지도’가 실제 범죄와 수사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