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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수도에서 전당포 미용실이 성업인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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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몽골)=박동휘 증권부 기자) ‘붉은 영웅’이라는 뜻의 울란바토르는 상전벽해의 도시입니다. 중심가인 칭기즈칸 광장 주변 도로는 벤츠, 랜드로버, 도요타 등의 최신식 고급차들로 매일 아침 꽉 차곤 합니다. 쉴새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이방인들의 달콤한 아침 잠을 빼앗가 버리기 일쑤입니다.

옛 소련이 몽골을 지배할 당시 울란바토르를 인구 30명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현재 자동차 등록 대수는 30만대를 훌쩍 넘었다고 합니다. 연식 10년을 넘긴 중고차들은 울란바토르 외곽으로 밀려났고,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데도 ‘붉은 영웅’의 도로 사정은 넘쳐나는 자동차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건물도 쉴새 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외환 위기로 몽골 정부가 디폴트 상황에까지 몰려 있긴 합니다만 2011~2013년 빠짐없이 두 자리수 경제 성장을 달성하면서 건설 경기는 호황기를 구가했습니다.

최고급 호텔 브랜드인 샹그릴라가 삼성물산 시공으로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고, 롯데건설은 지상 43층, 높이 190m 규모의 몽골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을 지을 예정입니다. 발주처인 MAK그룹이 요즘 자금난을 겪고 있어 착공이 지연되고는 있습니다만 한국의 최첨단 건축 기술이 울란바토르에 시현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청춘’들의 옷차림입니다. 칭기즈칸 광장 인근에 있는 몽골기술대학 앞을 오가는 대학생들을 서울 명동 한복판에 옮겨 놓을 경우 한국인인지, 몽골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겁니다. 특히 여학생 옷매무새가 한류 드라마 속 주인공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몽고 반점’이 상징하 듯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동이(東夷)족이라는 역사적 일체감까지 작용해 깊은 친밀감을 갖게 합니다.

몽골이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 데엔 문화적으로 한국의 영향이 꽤 크다고 합니다. 몽골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치고 한국을 수십번 오가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니까요. 자원 부국인 몽골은 한국 정부나 민간 기업들 모두 가까이 하고 싶어해 몽골 공무원들의 한국행 기회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1990년 개방 이후 한국을 다녀간 ‘연수생’들이 매년 3만명 내외였다고 합니다. 몽골 전체 인구가 292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을 꼽기가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렇다 보니 울란바타르에서 한창 성황인 자영업이 미용실과 전당포라고 합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건 소비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서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몽골은 1인당 GDP 3881달러(지난해 잠정치)로 100위권 밖이지만 외모를 가꾸는 데에서 만큼은 꽤 앞서 있는 듯 했습니다. 이게 모두 한류 드라마의 영향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현실과 욕망의 괴리가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전당포가 성업인 이유입니다. 몽골 대졸자의 평균 임금은 1인당 120달러 수준입니다. 영어나 한국어를 잘해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면 월 500달러까지 받는다고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28일 기준 몽골 화폐인 투그릭의 달러 당 환율이 1791투그릭입니다. 대졸 초임자들이 약 21만투그릭을 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백화점에서 파는 나이키 신발 가격이 10만투그릭을 넘나듭니다.

몽골 정부가 식료품, 기름값 등은 낮게 통제해 저임금에도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만 옷, 가방, 신발, 시계, 휴대폰 등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통장의 잔고가 바닥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화 현상을 탓할 일만은 아닙니다. 언제나 모방은 또 다른 창조를 낫는 법이니까요.

남들과 같아지려는 노력, 이것이야말로 개인과 국가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일 겁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